제13화
배현민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보, 그래도 괜찮지?”
“아, 당신 아내는 그 여자 때문에 계단에서 굴러 유산까지 했는데 당신은 그 여자가 전남편에게 맞는 게 가슴 아픈가 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대단한 성인군자네.”
“여보!”
배현민은 화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이를 잃어서 슬픈 건 알겠어. 하지만 그건 지욱이가 당신을 계단으로 불렀다가 당신이 실수로 발을 헛딛는 바람에 계단에서 굴러떨어진 거지, 시연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시연이가 지금 죽을 위기에 처해 있는데 같은 여자로서 시연이를 동정하기는커녕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정말 실망이야. 어차피 당신이 동의하든 말든... 시연이는 우리 집에서 지낼 거야.”
배현민은 그렇게 말한 뒤 씩씩대며 떠났다.
배현민은 저런 사람이었다. 내가 아무리 상처 입어도, 괴롭힘당해도...
심지어 반격하지도 않고 그저 불평 몇 마디만 해도 배현민은 모든 것을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배현민을 사랑해서 그런 것도 참아줬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싸늘한 얼굴로 시선을 거둔 뒤 조용히 병상 위에 누워 흰 천장을 바라보았다.
사실 내가 병원에 남아있으려고 한 이유는 집으로 돌아가서 혐오스러운 배지욱과 배현민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현민은 매일 병실에 찾아왔다.
정말 역겨웠다.
...
배현민을 보지 않기 위해 나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엄마 집으로 향했다.
나는 멀리 시집간 뒤로는 집에 자주 돌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엄마는 내가 보고 싶어서 이 도시로 이사를 왔다.
엄마가 이곳에 있어서 그나마 마음이 조금 편했다.
엄마는 문을 여는 순간 나를 보더니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여긴 어쩐 일이야?”
나는 엄마를 바라보면서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 엄마를 안고 웃으면서 애교를 부렸다.
“보고 싶어서요.”
엄마는 나를 품에 안으며 내 등을 토닥였다.
“아이까지 있는 애가 닭살 돋게.”
애정 가득한 목소리에 그동안 무쇠처럼 단단해진 내 마음도 약해졌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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