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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배현민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배지욱을 데리고 병실을 떠났다. ... 그들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간호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간호사는 내게 형체조차 갖추지 못했었던 그 아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물었다. 그들은 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았기에 나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고 먼저 내 남편에게 전화했다. 그러나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어쩔 수 없었던 그들은 내게 연락해서 사인한 뒤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그들은 설명을 마친 뒤 내게 언제 시간이 되냐고 물었다. 사실 나는 몸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았고 최대한 움직이는 걸 피해야 했다. 그러나 그 아이와 처음 만나는 것이었기에 내가 지각을 한다면 아이가 슬퍼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지금 당장 가겠다고 했다. 그곳에 도착한 뒤 나는 사인을 했고 한참 뒤 그들은 내게 작은 상자를 건네주었다. 나는 그 작은 상자를 안고서 홀로 택시를 타고 추모 공원으로 향한 뒤 이용료를 내고 아이를 안치했다. 일을 전부 마치면 바로 그곳을 떠날 수 있었지만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아이 곁에 앉았다. 이미 무뎌졌다고 생각한 내 심장에서 또다시 통증이 느껴졌다. ‘아기야, 걱정하지 마... 엄마는 절대 네가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지게 두지 않을 거야.’ ... 병실로 돌아갔을 때 나는 병상 앞에 앉아 있는 배현민을 보았다. 그는 발소리를 듣고 몸을 돌리더니 내 앞으로 걸어와 두 손으로 내 팔을 꽉 잡았다. “어디 갔다 왔었어?” 나는 피곤했다. 계단에서 굴러 유산한 탓에 내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게다가 오늘 아이의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온종일 바삐 움직여야 했다.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배현민의 손을 떼고 병상에 앉아 차가우면서도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볼일 있어?” 배현민은 불만이 많아 보였다. “당연하지. 지안아, 너 아직 몸 다 안 나았어. 그런데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고 병원을 떠나는 건 좀... 혹시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내가 많이 슬플 거야.” 형편없는 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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