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배현민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홱 돌리더니 심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지안아, 돌아왔구나. 그 사람이 당신을 다치게 하진 않았지?”
역겹게도 가식적인 모습이었다.
내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하는 배현민은 이제 여보라는 호칭도 쓰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어. 그냥 잠깐 앉아서 얘기만 했을 뿐이야.”
나는 담담히 사실을 말했다.
“미안해, 지안아. 나도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
배현민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여전히 위선적인 사과를 늘어놓았다.
애초에 배현민이 믿을 리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차지훈은 훗날 홍시연의 민낯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증인이 될 수도 있는 인물인 만큼 굳이 배현민에게 변명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옆에 있던 창고에서 캐리어를 꺼냈다.
이혼 후 나는 계속 증거를 모을 생각이었고 이들이 허황한 행복에 취해 있을 때 모든 진실을 폭로할 예정이었다.
그때도 과연 이들이 행복한 가족으로 남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
배현민의 순순한 협조 덕에 나는 무사히 이혼 서류를 받아냈다.
캐리어를 끌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배현민이 따라붙었다.
“지안아, 결국 다 내 잘못이야. 이혼하면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잖아. 게다가 너는 경력도 없으니 밖에서 일하려 해도 받아주지 않을 거야.”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차라리 우리 집에 와서 도우미라도 하는 게 어때? 내가 월급 줄게.”
다시 이 집에 들어가 네 사람 시중을 들며 살라고?
매일 네 사람의 눈치나 살피면서?
배현민은 내가 정말 그렇게까지 보잘것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싶었다.
나는 배현민을 흘겨보며 말했다.
“정말 뻔뻔하네. 굳이 신경 써줄 필요 없어.”
내 대답에 배현민은 호의를 모른다는 듯 분노를 드러냈다.
“나도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지난번에도 날 생각해서 다른 남자의 침대로 밀어 넣었고 그전에는 내 아이까지 잃게 했으면서 이번에는 또 뭘 빼앗아 갈 생각인데?”
그의 죄악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낼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