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겉으로만 봐서는 홍시연에게서 배지욱에 대한 애정은 도무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홍시연은 정신이 퍼뜩 들어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배현민을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현민 씨, 지금 저 탓하는 거예요?”
배현민은 드물게도 부드럽게 답했다.
“아니야.”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나무라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한 순간, 무겁게 눌리던 가슴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러나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어진 그의 말은 오히려 더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넌 지욱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
홍시연이 황급히 해명했다.
“저도 모르게 그래요. 요즘 입덧도 심하고 기운도 없어서 두 사람이 나가자마자 곯아떨어졌어요.”
그러나 배현민은 여전히 무표정한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래도 우리가 돌아왔는데 지욱이 상태가 어떤지 묻지도 않았잖아.”
그제야 홍시연도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여지안을 몰아내고 마침내 원하는 자리를 차지했지만 그것으로 모든 게 해결된 건 아니었다. 배현민에게 있어 배지욱은 여전히 중요한 존재였다.
최소한 배현민 앞에서만큼은 배지욱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홍시연은 마음을 다잡고 배현민의 마음을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에 애써 눈물을 짜냈다.
“미안해요. 방금 일어나서 정신이 멍해서... 지욱이 걱정하는 걸 깜빡했어요. 정말 미안해요.”
눈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배현민은 그녀의 눈물을 보자 다시 마음이 약해졌다.
“앞으로는 지욱이한테 잘해 줘. 지욱이는 널 친엄마처럼 생각하고 있어. 실망하게 하지 마.”
배현민이 그녀를 안아주며 다독이자 홍시연의 눈빛에는 짧은 조소가 스쳤다.
“그럴게요.”
‘배현민이 없을 때 내가 배지욱에게 어떻게 대하든 누가 알겠어?’
...
토요일 아침, 평소라면 늦잠을 자던 곽이서는 유난히 일찍 일어나 곽민재의 방문을 두드렸다.
“아빠, 일어나요. 우리 만두 먹으러 가야죠.”
곽민재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엄마를 더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여지안이 온 뒤로 곽이서의 마음속에서 그의 지위는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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