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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비록 곽민재는 내 남편이 아니고 곽이서도 내 친딸이 아니었지만 두 사람과 함께 지내다 보니 건강한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어떤 건지 점점 알게 되었다. ... 오늘 이서는 엄마, 아빠랑 셋이서 보내는 시간을 누리고 싶다며 일부러 운전기사도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 곽민재가 직접 운전대를 잡았고 나는 뒷좌석에서 아이 곁을 지켰다. 이서는 내 옆에 꼭 붙어 앉아 작은 손가락으로 내 옷자락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나는 이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어떻게 해야 아이가 나와 곽민재 말고도 다른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지, 어떤 방식으로 부탁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서야, 엄마가 이서한테 한 가지 부탁해도 될까?” 내 말에 아이는 금세 몸을 일으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뭔데요?” 자신이 무언가 도와줄 수 있다는 사실이 몹시 기대되는 듯했다.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혹시 다른 사람하고도 조금씩 대화해 볼 수 있을까?” 이서는 등을 곧게 펴고 앉더니 조그마한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나는 재촉하지 않고 아이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엄마...” 잠시 후, 아이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듯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저 미소 지으며 다독였다. “괜찮아, 이서야.” 아이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정말요?” “그럼 이서는 다른 사람이랑 소통하는 게 힘들어?” 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꼭 모든 사람이 아니라 할아버지나 할머니, 외할아버지나 외할머니랑만 얘기하는 건 어때?” 곽이서는 곧장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안 돼요.” 아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아직은 엄마랑 아빠랑만 얘기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이랑은 입이 꿰매진 것처럼 안 벌어져요.” 나는 그제야 이서에게 억지로 부탁해서 다른 사람과 얘기하게 만드는 방법은 통하지 않겠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니 큰 문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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