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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홍시연,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나는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말했다. 차지훈이 망했을 때 홍시연은 주저 없이 남편을 버렸다. 홍시연은 돈 없는 생활을 못 견뎌서 차라리 배현민의 정부가 되는 길을 택했던 여자였다. 만약 언젠가 배현민이 홍시연을 버린다면 홍시연은 또다시 아들과 함께 다른 남자에게 얹혀살 길을 찾을 게 뻔했다. 하지만 다른 남자가 과연 배현민처럼 홍시연을 아끼고 지켜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홍시연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배현민 곁에 있어야 했다. “여지안!” 내가 협박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홍시연의 얼굴이 한층 어두워졌다. 나는 무표정하게 재촉했다. “내 시간은 한정돼 있어.” 홍시연은 이를 악물었다가 내가 돌아서려는 순간 억지로 소리쳤다. “미안해요.” 나는 고개를 돌려 홍시연을 바라봤다. “잘못한 사람이 사과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홍시연의 눈에 노골적인 불쾌감이 스쳤다. 그러나 아들과 자신의 앞날을 위해 결국 고개를 숙이고 차이혁의 팔을 잡아끌며 명령했다. “어서 동생한테 미안하다고 해.” 하지만 차이혁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가 이서를 안고 자리를 뜨려 하자 홍시연은 결국 차이혁의 뺨을 거칠게 두 번 내리쳤다. “이제 내 말도 안 들을 거야?” 그제야 차이혁이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미안해, 내가 괜한 말을 했어.” 나는 무릎을 굽혀 이서의 눈을 마주 보며 물었다. “이서야, 받아줄 거야?” 이서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내 품에 얼굴을 묻은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아이를 안아 올리며 등을 토닥였다. “그럼 됐어. 가자.” 홍시연이 억울한 듯 소리쳤다. “당신 딸은 괜찮다는 말도 못 해요?” “네 아들이 먼저 내 딸한테 못된 말을 했잖아. 잘못했으면 사과하는 게 당연하지.” 나는 곽이서를 품에 안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 딸은...” 나는 내 목을 끌어안고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곽이서를 보며 말했다. “용서해 줄 수도 안 해 줄 수도 있지. 그건 내 딸의 권리야.” 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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