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가정부는 조홍숙이 시비 거는 데 아주 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굳이 해명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TV를 끄고 일어서며 대답했다.
“아이는 지금쯤 자고 있을 거예요.”
조홍숙은 대꾸도 하지 않고 곧장 곽이서의 방으로 향했다.
...
곽이서는 늘 그렇듯, 밤 9시가 되자 얌전히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는 오늘도 이불을 곱게 덮고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봤다.
“엄마, 저 이제 공주님 이야기 듣기 싫어요.”
“어? 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까지는 예쁘고 화려하게 꾸민 공주 이야기를 제일 좋아했는데.
곽이서는 조그맣게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동화 속 공주님들은 다 누가 와서 구해줘야 하잖아요. 그게 너무 답답해서 싫어졌어요.”
오늘에서야 곽이서는 어렴풋이 깨달은 것이다.
남이 도와주기만 기다리다 보면 그동안 속상한 걸 꾹꾹 참아야 한다는 걸.
하지만 무술을 배우면 달랐다.
스스로 지킬 힘이 생기니까, 그러면 더 당당하고 즐겁게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놀라서 아이를 한참 바라보다가 살며시 웃었다.
‘이 나이에 이런 걸 깨달았네. 정말 대단해.’
나는 곽이서의 하얀 이마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알았어. 그럼 이제는 다른 책 읽어줄게.”
나는 공주 동화책을 덮고 아이들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짧은 교훈 동화를 꺼내 읽어주었다.
똑똑!
그때, 귀에 거슬리는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곽이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분명 할머니예요. 저희 집에서 저렇게 문을 두드리는 건 할머니밖에 없거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이는 예의 바르게 일어나 문을 열러 가려 했다.
“이서야, 누워 있어.”
내 말에 곽이서는 얌전히 이불을 덮었지만 도통 눈을 감지 못했다.
곧, 나는 방문을 열었고 그곳엔 역시나 조홍숙이 서 있었다.
“무슨 일로 이서를 찾으세요?”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물었지만 조홍숙은 경계 어린 눈빛으로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물었다.
“누구세요? 왜 우리 아들 집에 계시는 거죠?”
나는 아주 잠깐 망설이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이서를 돌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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