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서은수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려 강지훈을 흘겨봤다. 하지만 눈빛은 마치 중요하지 않은 낯선 사람을 보는 것처럼 냉담했다.
그러더니 이재욱에게로 몸을 돌리며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개막식이 끝났으니 우리 이만 가죠.”
말을 마친 후 아무런 미련도 없이 몸을 돌려 무대에서 내려왔다.
문밖은 언제부턴가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 온 세상이 회색빛으로 휩싸인 듯했다.
차를 기다리는 동안 이재욱은 자연스럽게 정장을 벗어 서은수의 어깨에 걸쳐줬다.
순간 따뜻한 향기가 온몸을 감싸며 바깥의 차가운 기운을 몰아냈다.
서은수는 거절하지 않고 미소로 답했다.
그런데 강지훈이 쫓아 나와 그 정장을 잡아당겨 바닥에 홱 떨어뜨리며 시뻘게진 눈시울로 울부짖었다.
“은수야, 이 자식 믿지 마. 분명 다른 속셈을 갖고 너에게 접근한 거야.”
서은수는 바닥에 떨어져 흙탕물이 묻은 정장을 한 번 흘겨본 뒤 눈살을 찌푸렸다.
“강지훈, 너는 다른 속셈을 품은 적이 없었어?”
강지훈이 갑자기 서은수의 손목을 확 잡았다. 힘이 어찌나 센지 서은수는 손목이 살짝 아플 정도였다. 하지만 강지훈은 이내 비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수야, 나 알아, 회사 일 모두 네가 그런 거지? 나 상관없어, 회사가 없어져도 괜찮아, 나는 너만 있으면 돼. 내가 잘못했어, 정말로 잘못했어. 그러니 다시 한번 나에게 기회를 줘. 내 곁으로 돌아와 줘, 응?”
강지훈은 한 번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늘 고상함을 잃지 않던 강지훈이 허리를 굽히고 애원하는 날도 있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서은수에게는 강지훈의 그 어떤 것도 필요 없었다.
코웃음을 친 서은수는 조롱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강지훈, 두 번이나 여자에게 배신을 당했는데 아직도 교훈을 얻지 못한 거야?”
“나 상관없어!”
강지훈은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하며 말했다.
“이번엔 달라, 이번엔 정말 진심이야. 도승아를 만난 건 도승아에게 속아서 분해서 그랬어.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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