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9화

“뭐?” 이 사건은 이미 재계에서 널리 퍼진 소문이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서은수가 처음이었다. 최자현은 가슴을 부여잡고, 한동안 말문이 막혀 아무런 반박도 못 했다. 그녀는 화가 나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거실에는 서은수와 도승아 둘만 남았다. 도승아는 그녀를 증오스럽게 노려보며, 얼굴에 대놓고 질투심을 드러냈다. “야, 서은수! 너 뭐냐 대체? 지훈이랑 어머님까지 널 이렇게 싫어하는데도 이혼은 왜 끝까지 말리시는 거지? 너 따위가 뭐라고?” 서은수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켰다. “가슴만 크고 생각이 텅 빈 네가 격 떨어져서 택하지 않은 건 아닐까?” 그녀는 더 이상 도승아와 말다툼할 기분이 아니었다.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도승아가 불현듯 막아섰다. “거만 떨지 마! 강씨 가문에서 완전히 버림받는 건 시간 문제니까 너 딱 기다리고 있어. 사랑도 명분도, 내가 다 가질 거야!” 그녀 말 속의 숨은 뜻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화장실에서 갑자기 무거운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달려갔을 때, 최자현이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고 있었다. 도승아는 승리감에 찬 미소를 띠며 곧바로 서은수를 가리켰다. “야, 서은수, 너 어떻게 밤양갱에 독 타서 아줌마 독살하려고 들어?” 서은수는 당혹감에 빠져 있다가 좀 전에 도승아가 손댔던 밤양갱이 떠올랐다. “서은수!” 막 들어온 강지훈은 이 장면을 보고, 서은수가 변명하기도 전에 그녀의 뺨을 가차 없이 내리쳤다. 이어서 격노하며 경호원에게 소리쳤다. “얘 지금 당장 지하에 가둬! 이 일은 나중에 다시 찾아올 거야, 서은수!”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서은수는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경호원들이 그녀를 거칠게 차에 태워, 한때 결코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던 그 지하실에 가두었다. 다만 충격적이게도 이곳은 상상했던 것처럼 어둡고 습한 게 아니라 오히려 가구가 완비되어 있고,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핑크색 방 안에는 벽면 가득 야릇한 기구들이 걸려 있어, 마치 정성껏 꾸며진 ‘환희’의 방 같았다. 서은수는 몸을 벌벌 떨다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심장이 옥죄듯이 아파왔다. 바로 이때 휴대폰이 울렸는데 이재욱한테서 혼 문자였다. [밖에 도는 소문에 네가 최자현한테 독을 타서 강지훈이 크게 화냈다던데... 혹시 내 도움 필요해?] 서은수는 머리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며, 분노의 눈물이 눈가에 고였다. [아니, 필요 없어.] ‘내가 끝내. 이 모든 걸 내가 직접 끝낼 거야!’ 그녀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손에 잡기 쉬운 도구를 찾아서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결연한 각오로 문고리를 힘껏 내리쳤다. 충격으로 손바닥이 얼얼해졌고,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마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한 번, 두 번, 마침내 굳게 가둔 감옥의 자물쇠를 부수었다. 서은수는 태연하게 옷자락으로 피를 닦아내고, 서재로 들어가 강지훈이 카톡을 걸어놓은 노트북을 열었다. 그러고는 모든 파트너사와 기자들에게 연회 초대장을 보냈다. 컴퓨터 화면에 비친 그녀의 미소가 점점 짙어졌고, 햇빛에 드리우니 유난히 선명했다. ‘강지훈, 준비 단단히 해라. 이제부터 널 향한 증오의 복수가 시작될 거야.’ 모든 것을 마무리한 후, 그녀는 이혼 서류를 탁자 위에 가볍게 올려놓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문이 열리는 순간, 이재욱의 뒷모습이 역광 속에 비쳤고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흩어져 있었다. 서로 눈이 마주쳤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은수는 자연스럽게 이재욱의 검은색 마이바흐에 올라탔다. 차가 고가도로를 질주하며, 그녀를 자유 속으로 태워갔다. 30분 후, 집사가 허둥지둥 달려가 최자현을 보살피던 강지훈을 찾아냈다. “대표님! 큰일 났어요. 누군가가 대표님 명의로 연회를 열었어요. 모든 하객들과 기자들이 별장 지하실에 도착했어요...”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어휴... 이걸 대체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얼른 돌아가서 확인해보세요!” 강지훈은 동공이 아찔했고 옆에 있던 도승아도 순간 풀썩 주저앉았다. 두 사람은 미친 듯이 별장으로 달려갔다. 그 시각, 마땅히 비밀스러워야 할 지하실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경멸하는 표정의 손님들로 가득 찼다. 핑크색 벽에 걸린 각종 야릇한 기구들이 모두에게 전시되었고, 그를 더욱 질식하게 만든 것은... 벽에 걸린 거대한 빔프로젝터에 강지훈과 도승아가 별장에서 그 짓거리를 하는 화면이 계속해서 재생되고 있었다. 한때 애정 표현으로 했던 말들이 지금은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그의 고막을 찔렀다. “이거 요물이네. 허리 들고 직접 움직여봐.” 셀 수 없이 많은 카메라가 그의 창백한 얼굴에 들이밀었고 마치 내일의 헤드라인을 미리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강지훈이 그토록 애쓰면서 유지했던 체면이, 가문의 명예가, 구미 그룹의 미래까지 지금 이 순간 와장창 무너지고 말았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