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화 증거 없음
육지훈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그 장면이 보이는 듯했다.
좁은 골목길, 어스름한 가로등 아래서 할머니의 안위를 걱정하던 육지훈은 결국 이를 악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시험 시작 전, 정호준이 일행을 데리고 육지훈을 찾아와 이미 만들어놓은 국어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정한 척 등을 두드렸다.
“어제 우리와 한 약속을 벌써 잊어버리진 않았겠지?”
정호준의 말투에 담긴 웃음을 감지한 육지훈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 마음속으로 갈등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호준은 그에게 되돌릴 틈을 주지 않고 귀에 가까이 다가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순순히 내 말에 따르지 않았다가 들키면 후회하게 될 거야, 육지훈.”
정호준의 말 속에 담긴 협박을 육지훈은 바로 알아들었다. 감히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갈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는 알겠다는 듯 애써 손을 꽉 쥐었다. 정호준은 그제야 그를 놓아주었다.
정호준이 떠난 뒤 육지훈은 주머니 속 쪽지를 꺼냈다. 머릿속에는 선생님이 스터디 그룹을 만들라고 했을 때 오직 송은솔만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최예린도...
육지훈은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최예린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오만한 소녀가 춤을 추면 공주로 뒤바뀌었다. 하지만 무대 아래에서 최예린은 누구에게나 친절했고 심지어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여러 번 그를 도운 적도 있었다.
그러니 이 쪽지는 도저히 송은솔에게 넣어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육지훈은 시간 끄는 방법을 선택했고 시험이 시작되기 직전에야 겨우 시험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조심하라고 메시지도 보냈다.
이러면 시간이 없어서 못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첫 시험이 끝난 후 정호준 일행은 부정행위 소식이 들리지 않자 육지훈을 학교 밖으로 끌고 나갔다.
육지훈은 입을 다문 채 그럴듯한 변명을 하지 못했고 정호준도 그의 말을 들어줄 인내심 따위 없었다. 그래서 뒤에 있던 몇몇을 불러 육지훈을 심하게 혼내주었다.
심지어 육지훈이 자전거를 그렇게 아끼는 걸 보고는 그의 눈앞에서 자전거를 부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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