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최악의 인간
“네가 주서훈의 목숨을 구해 줬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 그 은혜를 빌미로 보답을 요구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하면, 주서훈의 마음속에서 넌 완전히 썩어 문드러질 뿐이야.”
나는 윤소민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윤소민, 네가 그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그 출세의 사다리, 이제 곧 무너질 거야.”
내 말에 담긴 노골적인 경고를 알아챈 듯, 윤소민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 눈빛 속에 서린 두려움을 확인한 나는 한 걸음씩 그녀에게 다가갔다.
“똑똑히 기억해. 다시는 육지훈에게 손대지 마. 정호준이든 누구든 안 돼.”
그 말을 끝내고 몇 걸음 옮기려던 순간, 등 뒤에서 미묘한 기척이 느껴졌다. 오랫동안 윤소민에게 당해 온 탓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다.
예상대로였다.
윤소민은 내가 방금 서 있던 자리로 몸을 던졌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중심을 잃은 그녀는 그대로 제동도 못 한 채 수영장 안으로 곤두박질쳤다.
물보라가 크게 일었고 내 드레스 자락까지 물에 젖었다.
다행히 수영장은 깊지 않았고 윤소민은 물을 몇 모금 들이마신 뒤 겨우 몸을 일으켰다.
분홍색 공주 드레스는 물을 잔뜩 머금은 채 아래로 처졌고 머리카락은 얼굴에 축 늘어져 붙어 있었다.
독기가 가득한 얼굴에는 조금 전까지의 ‘퀸카’ 같은 모습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역시나,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던 거지.
“윤소민.”
나는 수영장 가장자리에 서서 그 처참한 꼴을 내려다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아까 말했잖아. 나 건드리지 말라고.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걸까?”
물에 빠진 소리가 꽤 컸다. 적어도 앞마당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이쪽으로 오고 있을 터였다.
내 웃음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스스로 느끼기에도 마치 소설 속 악역 같았다.
“봐, 꼴이 그게 뭐야. 정말 보기 흉하네.”
그 한마디가 윤소민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그녀는 수영장 가장자리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기어 올라오려 했지만 무거워진 드레스가 계속해서 몸을 아래로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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