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허이설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
허영천이 계속 말했다.
“네가 방금 말한 그 남자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허이설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 조금 전에 한 얘기를 용제하가 들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두 사람 사이에 더는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무심코 한 말 때문에 용제하를 불러오고 말았다.
원치 않는 일일수록 더 일어나는 법인가 보다.
허이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음료수 잔을 내려다봤다. 옆에서 발소리가 멈추더니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하는 듯했다.
“대회 포기했어?”
그녀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하는 말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하지만 목을 움츠리고 고개를 들지 않았다.
허영천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두 사람 친해?”
조금 전 허이설은 잘 모르는 같은 반 친구라고 했지만 남학생이 다가와 묻는 걸 보니 꽤 친한 게 틀림없었다.
허이설이 오빠를 힐끗 보며 뭐라 말하려던 그때 용제하가 그를 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먼저 말했다.
“우리 같은 반 친구예요.”
“너도 같은 반 친구뿐인 걸 알긴 아네. 내가 대회에 나가든 말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용제하의 시선이 허이설의 얼굴에 머물렀다. 입술을 앙다문 채 고개를 든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고집스러워 보였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봤다.
용제하가 물었다.
“왜 대회 안 나가?”
그녀는 대회에 나갈 능력이 충분했다. 심지어 용제하는 그녀가 최고의 파트너라고 생각했고 초보를 데리고 나가고 싶지 않았다.
하여 오늘 만난 김에 직접 다가와서 왜 대회를 포기했는지 물은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해. 그냥 나가기 싫어.”
허이설이 그를 힐끗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미안한데 우리 밥 먹는 데 방해하지 말고 그만 가줄래?”
용제하가 말했다.
“네가 밥 먹는 데 방해했다고? 넌 그렇게 많이 방해해놓고선 내가 고작 한 번 이랬다고 뭐라 하는 거야?”
그 말에 허이설은 순간 멈칫했다. 과거 용제하를 쫓아다니면서 억지로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가 밥 먹는 데 방해한 건 사실이었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