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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강정훈이 잠시 멈칫했다. 허이설이 정말 모르는 표정이어서 그는 입술을 한 번 달싹이고는 더 말하지 않았다. “농담한 거야. 너랑 용제하는 아무리 봐도 그냥 친구 같지는 않길래.” 그때 밖에서 용제하가 들어왔다. “사인 다 받았어?” 고개를 끄덕이고 허이설은 강정훈에게 다시 고맙다고 인사했다. “가자.” 둘이 술집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고 나왔을 때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이번에는 용제하도 아무 말 없이 곧장 허이설을 씨에라까지 데려다줬다. 허이설이 내릴 때도 그는 내리지 않았다. 그가 바로 집으로 돌아가려는 걸 눈치챈 허이설은 그냥 고맙다고 인사만 했다. 그런데 용제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선생님을 찾는 일은 너는 신경 쓰지 마.” 허이설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시선을 낮춘 채 용제하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할게.” 그 말만 남기고 차는 다시 움직여 사라졌다. 허이설은 마음 한쪽이 묘하게 허했고 오늘 하루가 온통 흐릿하게 스쳐 간 기분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담뱃갑의 딱딱한 모서리에 손바닥이 찔리며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아직 용제하의 재킷을 입고 있었다. ‘내가 왜 이걸 계속 입고 있었지.’ 허이설은 얼른 재킷을 벗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용제하의 층을 눌러 그의 집 문 앞에 재킷을 걸어두고 손목의 시계도 풀어 재킷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손에 쥔 담뱃갑을 열어보니 담배가 몇 대 남아있었다. ‘나는 담배도 안 피우는데...’ 허이설은 남아 있던 담배는 전부 꺼내 외투 안쪽에 밀어 넣었고 한 개만 슬쩍 남겼다. 그리고 도둑처럼 조심스럽게 자기 층으로 올라가 문을 닫았다. 밤에 윤가을이 돌아왔다. 거실에서 만두랑 놀아주던 허이설은 인기척도 없이 돌아온 윤가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모가 못 가게 한다며? 어떻게 온 거야?” “죽을 각오로 왔지! 진짜 답답해서 못 버티겠어! 하루도 못 있어!” 허이설은 웃으며 몸을 일으켜 회사에서 하루 종일 놀면서 시간을 보내기만 했다는 윤가을에게 과일 주스를 한 잔 따라줬다. “회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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