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8화
“그래서 지금 나를 변태 취급하듯 피하는 거야?”
용제하가 나른한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 정도는 아니지.”
“원래 변태잖아.”
허이설이 아주 작게 중얼거렸지만, 그 말은 그대로 그의 귀에 들어갔다.
“전에 나보고 인간 쓰레기라더니, 나중에는 바람필 거라고까지 해 놓고, 이제는 변태야? 너는 도대체 언제쯤 내 억울한 이미지를 멈춰 줄 거냐.”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원래 그런 사람이면서.”
용제하가 뭔가 더 말하려는 순간, 허이설이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안 들을래.”
용제하는 허공에서 입만 달싹였다.
허이설은 몸을 살짝 돌려 윤가을 쪽으로 더 바짝 붙었다. 시야 끝에서는 아예 용제하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게 됐다.
윤가을이 그런 허이설을 유심히 보더니, 몸을 기울여 귓가에 속삭였다.
“그래서, 너 왜 용제하를 변태라고 한 거야? 걔가 뭐 했는데?”
허이설의 귓불이 뜨거워졌다.
“그냥 욕 좀 하고 싶었어.”
윤가을은 옆을 힐끗 보더니 가볍게 혀를 찼다.
“그건 또 괜찮네.”
관객석에서 환호와 비명이 터져 올랐다.
T밴드 멤버 다섯 명이 무대 위로 차례대로 올라왔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조용히 무대와 노래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잠시 후, 노래가 시작되자 윤가을이 허이설의 손목을 덥석 잡고 귓가에 말했다.
“야, 내가 말했던 그 신곡이야.”
허이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운 좋네. 첫 곡을 라이브로 듣네.”
윤가을이 미소를 지었다.
“짝사랑 이야기야. 제목은 ‘살랑살랑’.”
허이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무대로 향했다.
짝사랑... 살랑살랑.
느리고 차분한 멜로디 위로, 가사가 또렷하게 흘러들어왔다.
고양이 꼬리가 벽돌 틈 먼지를 스치고
하얀 면치마 끝엔 저녁빛이 내려앉고
금 간 바닥 줄을 세며 난 바람을 기다려
네 머리칼을 흩뜨리고 내 고백을 막아 버릴 그 바람을
손에서 구겨진 사탕 포장지는 아릴 만큼 달고
끝내 삼키고만 그 한마디, ‘좋아해’랑 너무 닮았어
허이설은 그 노래를 들으며 가슴 어딘가가 서서히 조여 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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