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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허이설이 허영천을 보며 말했다. “오빠, 여기까지만 데려다줘.” 허영천이 대답했다. “기숙사 문 앞까지 데려다줄게.” “괜찮아. 금방 도착해. 조금만 더 가면 다 여학생들이야.” 허영천이 피식 웃었다. “내가 너희 학교 여학생들한테 작업이라도 걸까 봐 걱정하는 거야?” 그는 그녀가 그 뜻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농담처럼 툭 던졌다. 허이설은 그의 손에서 가방을 받아 들었고 둘은 그렇게 헤어졌다. 떠나기 전 허영천은 용제하를 한 번 더 힐끗 보았다. 하지만 용제하는 그에게 별로 호의적인 표정을 짓지 않았다. 용제하가 다가가자 허이설이 손에 든 휴대폰을 흔들었다. “이번에 그냥 다 써버려.” 허이설은 돈을 더 쓰는 한이 있더라도 용제하가 한꺼번에 다 써버리길 바랐다. 이렇게 조금씩 괴롭히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허이설과 나란히 걸었다. 그러고는 멀리 가버린 허영천의 뒷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허이설은 그와 함께 기숙사에서 한 블록 떨어진 슈퍼로 갔다. 그리고 용제하를 빤히 쳐다봤다. 용제하가 뒤를 돌아보니 허이설은 그가 물을 고른 후 바로 계산하고 가버릴 것처럼 서 있었다. 그가 손을 들어 말했다. “여기 와서 좀 봐.” 허이설이 한숨을 쉬며 다가갔다. “뭘 보라는 거야.” “여기 400원짜리 물이 있어.” 허이설은 잠깐 할 말을 잃었다가 진지하게 물었다. “지난번에 산 300원짜리 물 진짜 마셨어?” 용제하가 대답했다. “낭비하면 안 되지.” 허이설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냥 이거 마셔.” 그녀가 가리킨 건 2400원짜리 우유였다. “예산 초과야.” 용제하가 고개를 내젓자 허이설이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사줄게.” “진짜?” “진짜.” “네가 사주면 나도 너한테 뭐 하나 사줘야겠네.” 허이설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지더니 바로 2100원짜리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딱 맞는 건 없었다. “그냥 이 요구르트 두 팩 사.” 허이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용제하가 옆에서 젤리를 하나 집어 들었다.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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