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화
용제하는 두어 걸음 걷다 휴대폰을 꺼내 며칠 전 정리한 대회 자료를 허이설에게 보냈다.
그런데 프로필 사진이 또 회색 기본 이미지였다.
“...”
용제하는 휴대폰을 쥔 채 낮게 투덜거렸다.
‘또 삭제했어.’
그는 허이설이 방금 삭제했을 거라고 확신했다.
‘안은 것 때문에 삭제했나?’
잠시 휴대폰 화면을 응시했다. 화면 위로 조금 전 그녀의 뒷모습이 떠오르는 듯했다.
하얀 면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부드럽고 풍성한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정교한 얼굴이 참으로 순수하고 아름다웠으며 특히 누군가를 바라보는 눈빛은 생기가 넘쳐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하지만 또 삭제당한 걸 알아차린 순간 용제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휴대폰을 쥔 채 차가운 얼굴로 그 자리를 떠났다.
학교 정문을 나선 그때 누군가가 용제하를 막아섰다.
민아현은 눈에 띄지 않으려고 일부러 젊고 발랄하게 꾸몄다. 학생 같은 하얀 원피스에 하얀 신발, 포니테일까지. 그런데 그 모습이 오히려 용제하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녀가 앞을 막자 용제하는 한 번 힐끗 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뭐랄까.
조금 전 눈앞에 서 있던 허이설과 비교했을 때 억지로 꾸민 모습은 왠지 볼품없어 보였다.
게다가 지금 용제하는 기분이 좋지 않아 말을 섞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는 몸을 살짝 틀어 옆으로 걸어가면서 민아현과 스치지 않도록 조심했다. 손에 든 담배가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며 그처럼 나른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민아현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그의 옆에 바짝 붙었다.
“용제하.”
거의 이를 갈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내가 그 정도 수단밖에 없을 것 같아?”
그녀는 그의 곁을 따라가며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용제하는 그녀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고 여전히 무심한 모습 그대로였다.
민아현은 기가 약한 꺾인 듯했다.
“난 한 번 꼬신 사람 두 번도 꼬실 수 있어.”
‘건방진 놈, 감히 나를 속여?’
그녀는 그와 꼭 하룻밤을 보내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번 용제하에게 굴욕을 당한 뒤로 결심한 일이었다.
하여 먼저 용제하를 좋아하는 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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