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허이설은 자신의 카톡 닉네임을 H로 바꿨던 예전의 어리석은 행동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유진서가 단톡방에 자료를 다시 올렸다. 대회 주의사항과 일정, 예선 날짜도 함께 보냈다.
[신입생들은 보통 이 대회에 그냥 인원수를 채우러 나오지만 너희는 다를 거라 믿어.]
허이설은 입술을 씹으면서 피식 웃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거의 동시에 용제하도 문자를 보냈다.
[교수님,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유진서:[열심히 해봐.]
그러고는 억지 미소를 짓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허이설은 곧 다가올 기말고사 생각에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다.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으려 노트북을 열고 공부에 몰두했다.
대회는 기말고사 이후에 열리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바람에 허이설의 하루는 더욱 바빠졌다.
용제하와의 소통도 유진서가 있는 단톡방에서만 이루어졌고 개인적인 감정이 섞인 대화는 전혀 하지 않았다.
테니스 수업이나 평소에 마주쳐도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바로 시선을 돌렸다.
기말고사 전날.
허이설과 윤가을은 과일과 간식을 들고 학교의 유명한 석상 앞에 갔다.
윤가을이 커다란 간식 봉지를 석상 앞에 내려놓고 두 손을 모아 눈을 감더니 경건한 신도처럼 좋은 성적을 빌었다.
“아는 문제만 나오고 찍는 것도 다 맞게 해주세요...”
허이설은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덕에 자신만만했지만 그래도 윤가을처럼 손을 모아 조용히 소원을 빌었다.
‘기말고사 전 과목 우수한 성적을 받고 용제하 그 망할 놈과 멀어지게 해주세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던 순간 귓가에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들렸다.
“신한테 빌 거면 차라리 나한테 빌어.”
허이설이 눈을 뜨고 돌아본 순간 햇살 아래 맑게 빛나는 용제하의 두 눈과 마주쳤다. 눈을 찡그리고 있었는데 시선이 저도 모르게 이목구비가 뛰어난 얼굴로 향했다.
그녀의 얼굴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무신론자가 여길 왜 왔지?’
그러다 용제하의 앞에 선 문상준을 보았다. 윤가을처럼 진지하게 빌고 있었다.
“아는 문제만 나오고 찍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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