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화
허이설과 윤가을은 지난번 추다희가 밥을 샀을 때 트라우마가 생겨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허이설이 말했다.
“할 말 있으면 그냥 해. 밥은 안 먹어도 돼.”
지난번 같은 마음 아픈 일을 두 번 겪고 싶지 않았다.
비록 추다희를 좋아하던 그 남학생이 감옥에 갔지만 또 다른 남학생이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 셋만 밥 먹는 거야.”
추다희가 다시 말해도 허이설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진짜 괜찮아. 우리 이미 다른 약속 있어.”
허이설의 옆에서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빛마저 어둑해진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보니 용제하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대충 훑어보고는 추다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허이설의 혀끝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스쳤다. 비록 이미 용제하와 더 이상 엮이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전생에서 그녀를 배신하고 첫사랑과 함께 해외로 떠나 그녀를 기절하게 만들었던 일, 그리고 다시 대학교 시절로 돌아오게 한 그 상처는 여전히 생생했다.
하여 두 사람이 눈빛을 주고받거나 가까이 서 있는 모습을 볼 때면 허이설은 손을 꽉 쥐었다. 안 그러면 저도 모르게 두 사람의 뺨을 후려칠 것 같았다.
추다희도 용제하를 발견했지만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다.
지난번 고백이 실패한 후 추다희는 요즘 투명인간처럼 지냈고 용제하의 곁에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
어차피 허이설이 곧 전과할 것이고 그때 가면 용제하의 옆에 그녀 말고 다른 여학생이 없을 터.
허이설이 윤가을을 끌고 가려는데 추다희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
“이설아, 기숙사 일 때문에 할 얘기가 있어.”
허이설과 윤가을이 멈추고서야 그녀는 말을 이었다.
“오늘 루인이가 세탁기 쓰려고 봤더니 고장 나서 인터넷에서 새로 하나 샀어.”
허이설이 말했다.
“그래.”
윤가을도 한마디 덧붙였다.
“돈은 더치페이하면 되겠네.”
“근데 학교 규정 때문에 배달 기사가 기숙사 건물 안으로 못 들어와. 그래서 우리끼리 옮겨야 해. 오늘 오후쯤 도착하니까 오후에 시간 비워둬.”
윤가을과 허이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