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허이설은 그녀가 잘 만든 계획서를 보면서 용제하의 기분이 좀 나아지길 바랐다.
용제하는 자료 하나를 다 읽고 다음 자료로 넘겼다. 두어 번 훑어보더니 멈칫했다가 허이설을 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거 내가 문자 보낸 뒤에 만든 거야?”
허이설이 고개를 끄덕이자 용제하가 손목시계를 힐끗 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 의기양양한 기색이 스쳤다.
‘어때? 잘했지? 나 계획서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만든다고.’
용제하와 문자를 주고받은 지 한 시간도 안 됐고 허이설이 오는 데 걸린 시간을 빼면 계획서를 만든 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 게다가 용제하가 준 자료를 읽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이 속도는 누구라도 감탄할 만했다.
허이설은 용제하가 칭찬하기를 기다렸지만 기대는 이내 물거품이 돼버렸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면서 노트북을 열고 계획서를 다듬기 시작했다.
용제하는 천천히 자료를 읽었다. 평소 자료를 볼 때보다도 더 느리게.
다 읽고 나서 자료를 옆에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허이설을 봤다.
노트북 화면의 빛이 그녀의 얼굴에 비쳤다. 맑고 하얀 피부의 잔털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허이설은 화면을 진지하게 보며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는 시선을 거두고 손에 든 파일을 내려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전에 비슷한 거 해본 적 있어?”
허이설은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응...”
‘회사에서 이런 비슷한 일을 했었지.’
“음, 잘했네.”
용제하의 목소리가 허이설의 귀에 들어왔다. 그녀는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다.
전생에서 용제하가 그녀의 계획서를 얼마나 형편없다고 깎아내렸는지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지금 그녀는 용제하보다 몇 살 많고 직장 경험까지 있는 나이로 이 계획서를 썼다. 하여 용제하에게서 칭찬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허이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가 참 크다는 게 느껴졌다. 용제하는 대체 뭘 먹고 자란 걸까?
“무슨 생각해?”
그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갑자기 귀를 스쳤다.
허이설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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