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허이설은 병상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용제하의 손등에 꽂힌 수액 바늘 주변에서 여전히 피가 스며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옆에 있던 휴지로 조심스럽게 피를 닦았다. 그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고개를 숙인 채 그의 손등에 묻은 피를 말끔히 닦아냈다. 용제하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기다란 속눈썹이 선명하게 보였고 이따금 눈을 깜빡일 때마다 맑은 눈동자에 빛이 반사되었다. 그렇게 그는 허이설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녀가 고개를 들고 나서야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 손등을 깨끗하게 닦아준 후 허이설은 옆에 서서 수액이 한 방울씩 천천히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 시간 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거의 말을 나누지 않았다. 시간은 그렇게 조용히 흘렀다. 간호사가 확인하러 왔을 때 용제하의 손등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용제하는 대수롭지 않게 실수로 그런 거라고 대답했다. 간호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곁에 있던 허이설에게로 향했다. 허이설은 민망함에 고개를 숙였다. 모든 처치가 끝났을 땐 날이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병원을 나섰다. 침묵 속에서 병원 잔디밭에 이르렀는데 갑자기 옆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용제하...” 약간 확신이 없는 목소리였다. 허이설은 멈칫했다가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한 여자의 실루엣이 다가왔다. 가까이 와서 보니 추다희였다. 허이설과 용제하 모두 그녀를 알아봤고 손에 만둣국을 들고 있었다. 추다희도 용제하의 옆에 선 허이설을 봤다. 추다희의 시선이 허이설에게 잠깐 머물렀다가 곧 용제하에게로 향했다. “어디 아파서 입원까지 했어?” 그녀는 용제하의 손에 붙은 수액 테이프를 보고 걱정스레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어둠 속에서 용제하의 눈빛이 옆에 선 허이설을 스쳤다. 허이설은 아무 반응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용제하가 볼 수 있는 건 그녀의 정수리뿐이었다. 그가 담담히 대답했다. “위병.” 추다희가 다시 물었다. “심각해? 위병이 왜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