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한편 용제하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휴지를 던졌다. ‘대체 왜 이러지? 왜 자꾸 이설이 꿈을 꾸는 건데?’ 그것도 매번 그녀와 그런 일을 하는 꿈이었다. 문제는 그게 꿈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촉감, 코끝에 전해지는 향기, 심지어 허이설의 목소리까지 전부 너무나 생생했다. 꿈속에서 그녀가 내뱉는 소리는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침대 머리에 기대어 눈을 감자 꿈속 장면이 또다시 떠올랐다. 이젠 귓불마저 은연중에 붉어졌고 코끝에 달콤한 향기가 맴도는 듯했다. 그건 용제하의 향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꿈속에서 그 은은한 달콤함은 그를 완전히 집어삼켰고 지금도 코끝에 향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 침대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이불 속에서 손을 꺼내 베개 옆에 놓인 휴대폰을 집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화면이 밝게 빛났다. 용제하는 휴대폰을 보며 방금 통화 기록을 눌렀고 또 떨리는 손끝으로 최근 통화 기록을 눌렀다. 청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실타래처럼 흘러나와 그를 감쌌다. 그는 눈을 살짝 내리깔고 밝은 화면을 들여다봤다. 화면에 차가운 연락처 이름만 떠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차갑지 않았다. 이젠 허이설의 목소리를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았다. 그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다른 소리는 다 시끄럽게 느껴지는데 그녀의 목소리만 달랐다. 녹음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재생했다. 방 안의 답답한 공기마저 향기로 물든 것 같았다. 촤르륵. 용제하는 커튼을 활짝 열고 베란다에 기대어 담배를 천천히 피웠다. 시선을 늘어뜨리고 아래층의 복잡한 불빛들을 봤다. ‘더는 이러면 안 돼. 허이설이랑 거리를 둬야겠어. 대회가 끝나면 연락 끊자. 그래. 연락 끊자.’ [주목받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 단톡방.] 그룹 관리자:[여러분, 하경대학교의 두 퀸카 중에 여러분은 누굴 응원해요?] 망키 대왕:[잠깐만요. 두 퀸카요? 이 주제는 오래전에 끝난 거 아니에요? 퀸카는 당연히 허이설뿐이죠.] 10억 당첨되면 은퇴:[추다희가 온라인에서 인기가 더 많잖아요. 만약 인터넷 투표로 퀸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