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처음부터 여기에 살았던 건 아니에요.”
손명숙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나중에 큰아가씨랑 둘째 아가씨가 윗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계속 난다고 했어요. 잠도 못 자겠다면서요. 게다가 속옷이 사라진다 목걸이나 귀걸이 같은 게 자꾸 없어진다... 그런 말을 반복했죠. 결국 어쩔 수 없이 우연 도련님을 지하실로 옮길 수밖에 없었어요. 그땐 이 방이 비어 있었는데 명헌 도련님이 여기가 괜찮겠다며 직접 추천했죠. 보일러랑 가까워서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습기가 많아 시원할 거라면서요. 풍수도 좋은 자리라고 했던 기억도 나요.”
손명숙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그 눈빛엔 묘한 연민이 스쳤다.
“그래서 우연 도련님은 그날 이후 이 방으로 내려왔어요. 그리고... 3년 내내 이곳에서 지냈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렇다면... 그렇게까지 나쁜 환경은 아니었겠네요.”
김혜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 했지만 목소리에는 미묘한 떨림이 스며 있었다.
손명숙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김혜주는 방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섰다. 손끝으로 낡은 벽지를 스치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작은 책상, 삐걱거리는 의자, 낡아빠진 옷장, 그리고 구석에 남겨진 몇 가지 물건들... 모두 김우연의 흔적이었다.
그때, 코끝을 찌르는 매캐한 냄새가 퍼졌다.
“이건 무슨 냄새죠?”
김혜주는 얼굴을 찌푸리며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걸음을 옮길수록 냄새는 더욱 짙어졌다.
“아, 너무 역겨워...”
그녀는 본능적으로 두세 걸음 물러났다.
“청소를 못 하게 한 것도 아닌데 설마 씻지도 않고 이렇게 살았단 말이에요? 이런 냄새를 남겨둔 채 살다니... 침대는 아예 버려야겠네요.”
김혜주는 끝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김명헌은 비록 사생아라 불렸지만 실력도 품격도 김우연보다 훨씬 뛰어났다.
애초에 두 사람은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손명숙이 급히 손을 저었다.
“아가씨, 이건 땀 냄새가 아니라 파스 냄새예요.”
“파스요? 그게 무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