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7화

“넌 먼저 좀 쉬어. 나는 네 엄마 도와서 치울게!” 진경철은 웃으며 일어섰다가 방금 말을 잘못했음을 문득 깨달았다. 그는 김우연과 눈을 마주치고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 김우연의 가슴에도 문득 묘한 감정이 치밀었다. ‘틀린 말 아닌데요, 아빠!’ 진경철은 약상자를 들고 돌아서 나갔다. 상자를 제자리에 놓고는 곧장 부엌으로 갔다. 석지향은 이미 냄비에 물을 올려 끓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조금 멍했고 내내 생각에 잠겨 있는 듯했다. “그만 생각해. 혼이 쏙 빠진 얼굴이야. 예전에 우리가 경성을 떠날 때도 이러지는 않았잖아.” 진경철이 툭 던지듯 말했다. “그 애 분명히 김씨 가문에서 괴롭힘을 당했을 거예요.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죠. 그 아이 마음이 얼마나 단단한지, 나는 누구보다 잘 알아요.” 석지향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보이더라. 그렇지만 아이가 말할 생각이 없는데, 당신이 억지로 말하게 할 수 있겠어?” 진경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두 사람은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마음은 무거웠다. 부엌에는 불꽃이 타는 소리만 남아 있었다. “화가 치밀지! 이렇게 클 동안, 나는 한 번도 아이를 때린 적이 없어. 무슨 자격으로 김씨 가문 사람들이 손을 대? 내가 정말 이렇게까지 몰리지만 않았어도 조그만 김씨 가문 따위가 뭐라고. 반드시 아이에게 사과를 받아 내지! 이 사람들이 나를 만만하게 보나?” 진경철은 주먹을 꽉 쥐고 얼굴에 사나운 기색을 띠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나설 결심을 굳힌 사람처럼 말이다. “됐어요. 아이는 김씨 가문에서 당했다고도 말하지 않았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도 아직 모르잖아요.” 석지향이 점점 과열되는 그를 재빨리 말렸다. 그제야 진경철이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다물었다. 그렇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진한 분노가 가시지 않았다. “이따 밥 먹으면서 다시 물어봐요. 아이가 말할지 보자고요. 머리 상처가 대체 어떻게 난 건지.” 석지향이 조심스레 제안했다. “좋아.” 진경철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내 혀를 차며 말했다. “하지만 설령 김씨 가문에서 그랬다 해도, 우리 둘의 처지로는 나설 자격이 없잖아.” 순간 두 사람은 또다시 말이 없었다. 한때의 양부모가 어떻게 김우연의 친부모 일에 끼어들 수 있겠는가. “하지만 당신도 상처 봤잖아요. 엄청 컸어요. 조금만 더 심했으면 뼈까지 상했을 거예요. 밖에서 강도를 만난 거라면 그나마 다행이에요. 그런데 만약 김씨 가문 사람들 짓이라면, 지난 3년 동안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걸로 충분히 말이 되잖아요.” 석지향은 눈물을 훔치며 마음 아파했다. 그러다 눈을 부릅뜨고 진경철을 한번 흘겨보았다. 몹시도 성났다는 표정이었다. “다 당신 때문이에요. 그때 굳이 아이의 뜻대로 떠나게 해 줘서, 이렇게까지 사람들에게 시달리게 된 거잖아요!” 석지향이 투덜댔다. “그건 아이가 직접 선택한 거였어. 나도 모든 걸 일일이 챙겨 줄 수만은 없잖아. 하지만 이번만은 달라. 앞으로는 누구도 아이를 못 괴롭혀.” 진경철은 장담하듯 말했다. 잠시 뒤, 두 사람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 한 접시를 들고나왔다. 깐 마늘 한 통과 식초 한 접시도 함께였다. 이게 김우연이 만두를 먹을 때 좋아하는 방식이어서 두 사람은 늘 잊지 않고 챙겼다. “냄새 너무 좋아요.” 김우연은 이미 군침이 돌 만큼 배가 고팠고, 곧장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는 몹시 허기졌고 이 맛이 너무 그리웠다. 한입 베어 물었다. ‘그래. 이 맛이야. 바로 이거야.’ 김우연은 조금 빠르게 먹었다. 감동과 만족이 그만큼 컸다. 다시 엄마의 음식 맛을 볼 날이 올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급하게 먹지 마. 천천히 먹어. 네가 김씨 가문에 가서 제대로 배불리 먹은 적이 한 번이나 있나 의심스럽네. 아무도 네 걸 뺏어 먹지 않아.” 석지향이 웃으며 말했다. “맛있어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김우연은 어눌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자, 진경철과 석지향의 마음은 한층 더 아려 왔다. 둘은 더 확신했다. 김우연이 김씨 가문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는 것을. 두 사람은 더 말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그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런 따뜻한 장면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김우연이 다 먹자, 석지향은 만둣국을 한 그릇 더 떠 주었다. 그는 후루룩 크게 들이키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몸이 다 풀리는 듯했다. 머리 상처의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우연아, 너 김씨 가문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니?” 석지향은 부드러운 어조로 낮게 물었다. 그 다정한 눈길이 김우연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더 숨기지 않고 김씨 가문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지난 3년 동안 그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해 왔는지도 하나하나 말했다. 그 이야기들은 진경철과 석지향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분노로 떨리게 만들었다. “이 망할 김씨 가문, 그게 사람이 할 짓이니. 감히 그런 짓을 하다니. 분명히 한 가족인데, 어떻게 그 정도로 경계하고 모욕하니. 너희 몸에 똑같은 피가 흐른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하찮은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도대체 어떻게!” 석지향의 마음은 억울했고 입술은 떨렸다. 너무 힘들고, 너무 아팠다. 거실에는 분노가 가득 번져 갔다.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이미 김씨 가문과 완전히 관계를 끊었어요. 이건 제가 떠날 때 김병훈에게 사인받은 각서예요. 이걸로 다시는 저를 건드리기 힘들 거예요.” 김우연은 그들을 달래며 이전의 관계 단절 각서를 꺼냈다. 그걸 본 순간, 진경철과 석지향의 눈이 커졌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크게 충격을 받았다. ‘정말 그 지점까지 갔단 말인가.’ “그 인간들이 억지로 사인하게 한 건 아니지?” 진경철이 물었다. “아니에요. 제가 스스로 한 일이에요.” 김우연은 미소로 답했다. 전혀 짐을 지지 않은 얼굴이었다. 마치 짐을 내려놓은 듯한 홀가분함이 묻어났다. 그의 기쁨이 두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미 관계를 끊었으니 앞으로 넌 진씨 가문에서 지내. 그놈들이 또 널 괴롭히러 오면 내가 막을 거다. 누가 감히 널 건드리나 보자.” 진경철은 분개해 말했다. “그럴 일 없어요. 그쪽에서는 제가 떠나기만을 바랐으니까요.” 김우연이 가볍게 웃었다. “그만해요. 우연이 방해하지 말고 푹 쉬게 해요. 그리고 내일 상처 상태를 보자고요. 우연아, 심하면 병원에 가야 해. 미루면 안 된다.” 석지향이 둘의 대화를 끊고 애틋한 눈길로 김우연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래. 먼저 푹 쉬어라.” 진경철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석지향은 김우연을 한 방으로 데려갔다. “이 방은 줄곧 네 걸로 비워 뒀어. 자주 청소해서 먼지도 없단다. 오늘 밤은 여기서 편히 자. 일찍 쉬어.” 석지향이 당부했다. “네.” 김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제야 두 사람은 돌아나가 더는 방해하지 않았다. 방 안. 김우연은 주위를 둘러보며 문득 감개가 무량해졌다. 여기 모든 것은 변함이 없었다. 마치 3년 전으로 돌아온 듯했다. 그에게는 자기 방이 있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 가문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는 침대에 누워 아래에서 전해지는 포근한 감각을 느꼈다. 눈꺼풀이 무거워지더니 말도 듣지 않고 서로 부딪쳤다.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햇살이 창을 통해 얼굴에 내려앉자 한층 더 따뜻해졌다. 동시에 몸 위에 무게가 살짝 더해졌다. “오빠! 정말 돌아왔네요!”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