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8화

김우연이 눈을 뜨자마자 진아린이 자기 위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곱상한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기억 속과는 달리 눈앞의 진아린은 이미 앳됨을 벗었다. 눈앞의 소녀는 훌쩍 자라 우아하고 성숙해져 있었다. 외모든 체형이든 모두 눈에 띄게 빼어났다. 아몬드 같은 눈이 곧장 김우연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다 큰 아가씨잖아. 함부로 내 위에 앉으면 안 되지.” 김우연은 고개를 저으며 타일렀다. “싫어요! 예전에도 오빠 위에 자주 앉았어요. 지금도 앉을래요!” 진아린은 애교를 부리며 바로 김우연을 껴안았다. 작은 얼굴이 바짝 달라붙었고, 길고 매끈한 두 다리로는 그를 감아 안았다. 마치 김우연이 떠날까 봐 두려운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김우연이 떠난 뒤 내내 힘들어했다. 늘 그를 찾아가고 싶어 했지만 부모에게 막혔다. 어쩔 수 없었다. 김우연이 김씨 가문으로 들어간 뒤로는 이미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이 된 셈이었으니까. 진아린이 혼자 그를 찾아갔을 때도 김씨 가문 사람들에게 쫓겨났다. 그녀는 김우연을 본 지 벌써 3년이었다. “됐어, 나 정말 안 떠나. 안심해.” 김우연은 진아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싱긋 웃었다. “정말이에요?”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 봤어? 그 말을 듣자, 진아린은 그제야 김우연을 놓고 기쁜 마음으로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와, 좋아요!” 김우연은 고개를 저으며 피식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때 밖에서 석지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일어나서 밥 먹어라!” 그제야 김우연과 진아린은 방을 나왔다. 그가 씻고 나오자 식탁에 둘러앉아 모두 함께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은 아주 단출했다. 김이 오르는 죽 한 그릇, 달걀 볶음과 짭짤한 반찬. 그렇지만 김우연에게는 산해진미와 다름없었다. 그는 김씨 가문에서 뜨끈한 밥을 제대로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이따가 밥 먹고 나서 내가 너 옷 몇 벌 사 줄게. 네 캐리어에는 더러운 옷 한 장밖에 없더라. 김씨 가문에서 옷을 하나도 안 가져온 모양이지?” 석지향은 김우연의 빨래를 해 주려다가 너무 단출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가 진경철과 상의한 끝에, 김우연이 김씨 가문에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짐작했다. 이 점은 김우연의 태도가 얼마나 단호한지를 더욱 말해 주었다. “저도 갈래요!” 진아린은 곧장 김우연의 팔을 붙들고 함께 나가고 싶어 했다. “막 고등학생이 됐는데 공부는 안 하고, 왜 쓸데없이 끼어드니!” 석지향이 눈을 흘기며 타일렀다. “흥, 저는 그냥 오빠랑 같이 놀고 싶은 거예요!” 진아린은 입술을 삐죽이며 못마땅해했다. “괜찮아, 오늘은 방학이잖아. 얘도 제대로 쉬게 해야지. 우리 즐겁게만 보내면 된다! 게다가 우리 딸 성적도 학교에서 괜찮잖아. 상으로 주는 셈 치자!” 진경철이 달래며 웃었다. “알겠어요. 당신은 늘 그렇게 아이를 봐주네요!” 석지향은 고개를 저었지만 결국 수락했다. 김우연은 눈앞의 모습을 보며 저절로 입가를 올렸다. 이런 것이야말로 진짜 집의 분위기였다. “오빠, 저 전교 상위 10등 안이에요. 얼른 칭찬해 줘요!” 진아린이 김우연의 팔을 끼고 씩씩하게 흔들었다. “아린이 정말 잘하네. 내 본보기야. 나도 열심히 해서 네 성과를 따라잡아 볼게.” 김우연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한 달 뒤면 대학입시다. 이제 정말 힘을 더 내야 했다. 아침을 마치고, 진경철은 가게로 일을 보러 나갔다. 석지향과 진아린은 한껏 차려입고 외출할 준비를 했다. 김우연은 캐리어와 배낭을 방에 내려두고 막 나가려다가, 그제야 휴대폰에 부재중 전화가 십수 통 찍혀 있는 것을 보았다. 큰누나 김지유의 부재가 여러 통 있었고, 또 다른 번호가 하나 있었다. 셋째 누나 김혜주의 번호였다. “혜주 누나구나...” 김우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눈빛에 살짝 아쉬움이 스쳤다. 김씨 가문에서 김병훈과 조서아는 줄곧 김우연을 마음에 두지 않았고 태도도 차가웠다. 김지유는 회사 일에 바빠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둘째 누나 김슬기는 김명헌과 똑같이 욕설과 비아냥뿐이었다. 하루 종일 김우연을 깎아내리고 모욕하기 일쑤였다. 다만 김혜주는 조금 달랐다. 김혜주는 김씨 가문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으로, 정원대학교에 합격해 김씨 가문의 자랑이 되었다. 그녀는 김우연을 노골적으로 조롱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더 보살피지도 않았다. 주로 집 밖에서 지내는 일이 많아 자주 집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학부 4학년으로 대학원 준비 중이라 더 바빴다. 그런데 지금 왜 전화를 했을까? 그는 여러 번 망설였지만 끝내 다시 걸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는 김씨 가문과 이미 인연을 끊었으니, 더는 아무 관련도 없었다. 설령 무슨 일로 찾는다 해도 거절할 권리는 그에게 있었다. 짐을 정리한 뒤, 김우연은 석지향과 함께 쇼핑몰로 향했다. 한편, 김씨 가문. “어때, 걔는 아직도 전화를 안 받니?” 김지유는 굳은 얼굴로 미간을 살짝 좁혔다. “응.” 김혜주는 길게 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거두었다. 그녀는 검은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청춘의 기운을 한껏 드러냈다. 그 절묘한 얼굴은 김지유나 김슬기에게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녀는 아침에 집에 들러 자료를 챙기려다가 김씨 가문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야 말았다. “하룻밤이 지났는데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아마 정말로 돌아오지 않을 거야.” 김혜주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무슨 뜻이야?” 김지유가 살짝 놀라며 물었다. “우연이는 김씨 가문에서 늘 눌려 지냈고, 이번에 완전히 터진 거지. 네가 생각하기에 우연이가 왜 돌아와야 하지?” 김혜주는 어깨를 으쓱하며 되물었다. “여기가 걔 집이고, 김씨 가문에는 걔를 기다리는 무한한 미래가 있어. 왜 안 돌아와?” 김지유는 이해하지 못했다. 김혜주는 입술을 다물었다가 하고 싶은 말을 삼켰다. 요즘 집에 오래 있지는 않았지만 눈이 멀지는 않았다. 김씨 가문이 김우연을 어떻게 대했는지, 그녀는 다 알고 있었다. 김우연이 그저 무능하고, 역경에도 그저 참고 사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그래서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어젯밤의 언행은 김혜주에게도 적잖이 의외였다. 그녀가 가진 인상이 완전히 뒤집힌 듯했다. “할 말이 있으면 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엄마 아빠가 김우연이 돌아오지 않으면 분명 크게 화를 낼 거야. 그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라! 게다가 명헌이도 연루될 거야. 명헌이 마음도 편치 않을 테고, 명헌이까지 집을 떠나면 더 골치 아파!” 김지유는 상황을 차분히 분석해 보였다. 평소에 웬만한 일은 그녀가 스스로 해결하고는 했다. 어쨌든 그녀는 김현 그룹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몇몇 까다로운 문제는 부모를 찾기 싫어 김혜주에게 분석을 부탁했다. 집안의 소문난 고지능 인재, 그리고 유일하게 정원대학교에 붙은 수재였으니까. 이때, 김혜주는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김지유의 말을 들으면서도 어쩐지 우스울 따름이었다. “그러니까, 네 바람은 김우연이 돌아오는 거구나?” 김혜주가 따지듯 말했다. “당연하지. 걔 몸에는 김씨 가문의 피가 흐르는데, 안 돌아오면 밖에서 망신이지 않아? 걔가 김씨 가문과의 관계를 떠들고 다니기라도 하면, 김씨 가문은 여론의 소용돌이에 빠질 거야. 집안에 영향이 생길 수밖에 없어!” 김지유의 어조는 싸늘했다. “돌아오면 김씨 가문이 우연이를 계속 괴롭히게 두겠다는 거야?” 김혜주는 무덤덤하게 물었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