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3화
김우연은 고개를 저으며 진아린을 재촉했다.
“안 갈래요. 희원고는 너무 해요, 오빠를 퇴학시켰잖아요. 나도 다니기 싫어요!”
진아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고개를 저으며 김우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자기 일이다. 진아린까지 휘말리게 된다면 그는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화가 나잖아요. 그 사람들이 뭔데 오빠를 퇴학시켜요?”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진아린은 이제 막 성숙하기 시작한 몸을 곧게 폈다.
김우연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그녀를 달래듯 말했다.
“걱정하지 마. 지금 정원대학 사람들이 이미 내려왔어. 곧 나를 찾을 거야.”
“그다음에는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아린은 김우연을 바라보았다.
이미 뭔가를 눈치챘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었다.
“그다음에는 정원대학 사람들이 나를 직접 만날 거고 그러면 나도 바로 입학할 수 있지!”
차근차근 김우연이 설명했다.
이건 그가 미리 생각해 둔 계획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정원대학 사람들이 자신을 찾는 건 의외의 일이었지만 그 의외야말로 그를 구해줄 절호의 기회였다.
정원대학 사람들이 자신을 찾기만 하면 전국에서 유일한 두 과목 만점자라는 자격으로 바로 입학이 가능했다.
“좋아요, 그러면 믿을게요!”
진아린은 안도한 듯 숨을 내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로 갔다.
김우연은 혼자 남아 무료한 마음에 방 청소를 시작했다.
이렇게 집안일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문을 열자 중년 남성이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원대학에서 온 장민석입니다.”
장민석은 김우연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김우연 학생이지?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
장민석의 표정은 엄숙했다.
그가 김우연을 바라보는 순간, 젊은 소년의 눈동자 속에서 뜨거운 믿음 같은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는 또 다른 감정인 분노에 가까운 무언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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