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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알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장민석은 말을 이어갔다. “너는 김씨 가문에서 좋지 않은 일들을 너무 많이 저질렀어. 솔직히 그 일들은 말로 꺼내기도 힘들구나.” “그러니 나는 너를 받아들일 수 없어. 정원대학에 입학시키는 건 불가능해.” “미안하지만 오늘 내가 온 건 그 말을 전하기 위해서야. 더 이상 할 말은 없으니 이만 가볼게.” 자리에서 일어난 장민석은 그대로 돌아서려 했다. 그 태도는 단호했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 순간, 벼락이 내려친 듯한 충격이 김우연의 머리를 강타했다. 역시나 김씨 가문 놈들이 거짓말을 퍼뜨린 것이었다. ‘이 악질 같은 인간들!' 순식간에 얼굴이 굳고 온몸에 냉기가 돌았다. 분노와 절망이 뒤섞여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김우연은 재빨리 장민석의 앞을 가로막고 설명했다. “아닙니다!”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교수님은 전혀 모르시잖아요, 제가 그 사람들과 어떤 관계였는지!” “교수님은 몰라요, 제가 김씨 가문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얼마나 억울했는지!” “그 사람들 몇 마디 말만 듣고 제 인생을 판단한단 말입니까?” “저는 그 집에서 고작 3년 있었어요. 그 전의 십몇 년은 진씨 가문에서 자랐어요! 진씨 가문의 부모님이야말로 진짜 제 부모님이에요!” “사람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그분들에게 물어보셔야죠!” 김우연의 목소리는 묵직했고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실려 있었다. 주변은 숨죽인 듯 고요해졌다. 바람이 살짝 스쳐 지나가며 정자 옆 버드나무 가지가 ‘사사삭’ 소리를 냈다. 장민석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었지만 입을 열 수 없었다. 이미 잘못된 길에 발을 들였고 그 오점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미안하다.” 짧게 그렇게 말한 뒤 그는 더 이상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장 교수님... ” 김우연이 다시 앞을 막아섰다. 표정은 단호했지만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 뭘 더 설명할 수 있을까. 말해본들 바뀔 게 있을까. 마지막 기회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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