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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남편의 형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남편이 강호 그룹을 상속받았고, 그와 동시에 형수를 돌보는 책임도 함께 지게 되었다.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말했다. “네 형수가 혼자 얼마나 외롭겠니. 두 집 살림 차리면 네 형의 피도 이어지고 형수도 보살피고 일거양득이잖아.” 남편은 나를 꼭 안으며 부드럽게 달래주었다. “형수가 아이만 가지면 그 이후로는 절대 엮이지 않을게. 내 마음속엔 오로지 너 하나뿐이야.” 한 달에 한 번 형수의 집에 가던 강하준이 이제는 날 보러 한 달에 한 번 돌아올 때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는 더 이상 나만의 남편이 아니었다. 형수가 임신을 발표한 날 강하준은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며 약혼식에서 나한테 걸어주었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 이서연은 수줍은 얼굴로 강하준의 어깨에 살짝 기대더니 손가락으로 목에 걸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매만졌다. “하준아, 이거 가보 아니야? 원래는 동서가 해야 맞는 건데...” 이내 뜸을 들이며 양보하는 척했다. 시어머니 윤명자가 옆에서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뭐 그런 소리를 해. 넌 다이아몬드 제일 좋아하지 않아? 게다가 지금 우리 집 장손도 품고 있잖아. 이 목걸이는 네가 하는 게 제일 잘 어울리니까 그냥 가져.” 강하준은 뒤늦게 문가에 서 있는 나를 보고는 조용히 이서연을 놓아주고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몸에서는 이서연이 즐겨 쓰던 향수 냄새가 진하게 풍겨와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다온아, 사실 서연이가 예전부터 이 목걸이를 마음에 들어 했어. 너도 알잖아, 성격이 워낙 까다로운 거. 정말 드물게 좋아하는 물건이 생겼는데 잠깐 하는 거니까 괜찮지?” 이서연은 곧장 목걸이를 풀려고 시늉하며 손가락으로 잠금 고리를 더듬었다. “다온 씨, 미안해요. 이 목걸이가 너무 예뻐서 잠깐 혹했을 뿐이에요. 하준이가 한번 해보라고 해서 착용한 거니까 지금 바로 돌려줄게요.” 하지만 분주한 움직임과 달리 목걸이의 잠금 고리는 꿈쩍도 안 했고, 어느덧 하얀 목덜미 위로 붉은 자국이 선명히 드러났다. 이서연은 눈시울이 빨개지더니 코를 훌쩍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준아, 아파...!” 강하준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즉시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그만! 내가 가지라고 했잖아. 이제 네 거야. 다온한테는 내일 사람을 보내 경매장에서 더 좋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 오라고 할게.” 그리고 나를 돌아보며 온화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넌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잖아. 설마 임산부랑 목걸이 하나로 다툴 건 아니지? 배가 부른 것도 힘든데 속을 덜 썩이는 게 좋지 않겠어?” 윤명자가 어두운 안색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다온, 네가 우리 집에 시집온 지도 벌써 3년인데 아이를 가졌다는 소리 한 번 못 들었잖아. 하준은 이제 상장회사의 대표야. 지위는 물론 체면도 있는데 아직 애 하나 없으면 사람들이 뭐라 하겠니?” “서연이가 어렵게 임신해서 강씨 가문의 후계자를 가진 건 정말 큰 공을 세웠다고 봐. 이번에 출산하고 나중에 딸 낳으면 네 밑으로 입적시키면 되잖니. 서연이는 우리 집을 위해 이렇게 고생하는데 그깟 목걸이 하나 갖고 따지는 건 너무 속 좁은 거 아니야? 나름 배운 집 자식이라더니 그릇이 고작 이것밖에 안 돼?” 모자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걸 보며 나는 그저 우스울 따름이었다. 그동안 아버지가 지원해 주지 않았더라면 강하준은 애초에 가난한 청년에서 지금의 대표 자리에 오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머릿속에서 새까맣게 지운 듯했다. 나는 강하준이 프러포즈할 때 직접 걸어줬던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결혼 후에는 혹시라도 기스 생길까 봐 벨벳 상자에 고이 넣어 모셔두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서연의 목에서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작은 다이아 하나하나가 마치 바늘처럼 눈을 찌르는 듯했다. 가슴이 쓰라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 “확실히 형님이 하는 게 더 잘 어울리긴 하네요. 이건 하준의 성의니까 예쁘게 하고 다니세요.” 윤명자는 코웃음을 쳤다. “그나마 눈치는 있네.” 강하준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내가 울면서 따질 거로 생각했겠지. 한때는 여비서랑 몇 마디 나누는 것만으로도 화냈을 정도니까. 정작 무덤덤한 반응에 오히려 당황한 사람은 강하준이었다. 늦은 밤, 강하준이 간만에 내 침실을 찾았다. 문을 열자마자 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다온아, 요즘 많이 힘들었지? 이제 서연이가 임신했으니까 나도 드디어 마음 편히 너랑 있겠네.” 그가 예전에 했던 약속이 떠오르자 고개를 들어 물었다. “강하준, 그때 나랑 아버지한테 다짐했던 말 기억해?” 강하준은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질투쟁이, 당연히 기억하지. 약속했잖아, 형수가 애 낳고 나면 내 역할도 끝이라고. 다시 네 곁으로 돌아와서 꼭 잘해줄 거라고.” “너도 얼른 아기 가지게 해서 괜히 쓸데없는 생각 안 하게 해야지.”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지막으로 남은 정까지 완전히 사라졌다. 강하준과 사귀었을 때만 해도 그는 한낱 가난한 청년에 불과했다. 아버지는 극구 반대하며 신분 차이가 너무 난다고 했다. 나중에 강하준은 아버지의 결혼 허락받으려고 우리 집 앞에서 무려 사흘 내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아버지 앞에서 맹세하기를, 이번 생에 최선을 다해 나를 사랑하며 지켜주고 절대 상처받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결국 나도 그의 진심에 감동해 같이 무릎을 꿇고 울면서 애원했다. “이 남자 아니면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끝내 양보했다. 곧이어 서류 한 장을 내려놓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이혼 합의서야. 언젠가 내 딸을 배신해 상처 주면 네가 뭐라든 영원히 떠날 거라고 똑똑히 적혀 있어. 문제 없으면 사인해.” 당시 강하준은 흔쾌히 합의서에 이름 석 자를 적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맹세와 약속을 완전히 잊었다. 이제 와서 다정한 척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저 비웃음만 나왔다. 내가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하준은 고개를 숙여 키스하려 했다. 코를 찌르는 진한 향수 냄새 때문에 속이 뒤틀리며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내 그를 세게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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