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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리고 강하준의 손을 잡아 자기 아랫배 위에 살짝 얹었다. “한번 만져봐.” 말을 마치자 배 속의 아이가 갑자기 움직였다. 강하준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움직였어? 우리 아기가 나랑 교감하나 봐!” 이서연은 자연스럽게 그의 품에 안겼다. “애가 얼마나 활발한지 알아? 종일 내 배 속에서 발로 뻥뻥 차고 다녀. 좀 더 자주 만져주고 얘기해줘. 의사가 그러더라, 아빠가 태아와 자주 교감하면 태어나서도 더 친해진대.” 강하준은 그녀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그럼 앞으로 매일 얘기해줄게. 내 목소리를 빨리 익히게 해야지.” 나는 듣다못해 그의 이름을 불렀다. “강하준.” 강하준이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걸 떠올린 듯 미안함과 난처함이 섞인 얼굴로 말했다. “다온아, 이따가 아주머니랑 데리고 요트 타고 놀다 와. 내가 나중에 꼭 보상해줄게.” 심장이 마치 둔기에 얻어맞은 듯 묵직한 통증이 밀려왔다. 돌아서는 순간 의기양양하게 웃는 이서연을 보며 나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알았어.” 나중은 없었다.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일 테니까. 나는 운전기사에게 강가까지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요트에 올라 강물을 따라 천천히 멀어져 갔다. 갑판에 서서 휴대폰을 꺼내 들고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변호사님, 번거롭지만 이혼 합의서 한 부를 강씨 가문 별장으로 보내주세요. 주소는 조금 있다가 알려드릴게요.” “수취인은 강하준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모든 걸 끝낼 때가 왔다. ... 어둠이 내려앉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되자 이서연은 배를 살짝 쓰다듬으며 걱정스러운 척 말했다. “다온 씨 오늘 화난 거 아니야? 다 내 잘못이야. 괜히 철없이 계속 널 붙잡고 있어서 삐졌나 봐. 벌써 어두워졌는데 아직도 안 들어오네.” 윤명자가 식탁을 퍽 내리치며 말했다. “정다온 갈수록 건방지네. 감히 어른을 기다리게 해? 애도 못 낳고 며느리로서 본분도 몰라. 그런 사람을 굳이 남겨둘 필요 있나?” 이내 고개를 돌려 강하준을 바라보았다. “그때 내가 두 집 살림하라고 고집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우리 집안 대가 끊길 뻔했잖아.” “역시 우리 서연이가 최고야. 앞으로 애 많이 낳아야 해. 어떤 사람처럼 임신도 못 하고 괜히 안주인 자리만 차지하고 있지 말고.” 이서연은 곧바로 웃으며 아첨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꼭 여러 명 낳아서 효도할게요. 저랑 하준의 아이는 분명 아빠처럼 똑똑하고 잘날 거예요.” 고작 몇 마디에 윤명자의 얼굴에는 금세 웃음꽃이 피어났다. 강하준은 찌푸린 얼굴로 도우미에게 물었다. “강가에 가서 확인해 봤어요? 요트는 왜 아직 안 돌아온 거죠? 정다온 소식은 없고?” 상황을 알아보러 다녀온 도우미는 그저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윤명자가 코웃음을 치며 끼어들었다. “오히려 잘됐네. 오늘 밤까지 안 나타나면 당장 짐 싸서 내쫓아버려!” 하지만 강하준의 마음속에서 이유 모를 불안감이 밀려왔다. 3년 전 나는 부모님의 곁을 떠나 멀리 시집온 뒤로, 친척 하나 만나기 힘든 도시에서 외박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사람 좀 더 보내서 강가를 따라 잘 살펴보세요. 소식이 있으면 바로 저한테 보고하고.” 이서연이 조심스레 말했다. “내가 임신한 게 진짜 마음에 걸렸나 봐. 너한테 화나서 안 들어오는 거 아니야?” 강하준의 시선이 그녀의 불룩한 배로 향했다가 손목에 걸린 비취 팔찌로 옮겨갔다. 그건 원래 내 것이었다. 심지어 머리에 꽂은 다이아 머리띠마저 예전에 강하준이 나한테 준 생일선물이었다. 지금은 전부 이서연이 착용하고 있었다. 그는 머리띠를 가리키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머리띠 왜 네가 하고 있어? 다온이 거잖아.” 이서연은 손을 뻗어 머리띠를 매만지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정다온이 방 뺄 때 화장대에 남겨두고 갔어. 여러 상자나 되는 데 그대로 있더라.” 강하준의 마음은 갈수록 불안해졌다. 내가 왜 이 액세서리를 다 두고 하나도 가져가지 않았는지, 정녕 모르는 걸까? 이때, 한 도우미가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 들어오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큰일 났어요, 대표님! 사모님이 탄 요트가 강 한가운데서 전복했어요. 요트에 있던 사람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물속으로 가라앉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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