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9화

이루나는 차갑고도 잔혹할 정도로 냉정했다. 그녀는 일부러 이은서의 차창 가까이로 다가가 유리 너머로 입꼬리를 씩 올리며 큰소리로 물었다. “물 마실래?” 이은서는 간절히 고개를 끄덕였고 얼굴은 고통과 후회로 일그러져 있었다. “제발... 제발 줘. 물... 빨리 물 좀...” 하지만 이루나는 이은서 앞에서 잔인하게 물병을 비워 버리고 플라스틱병을 허공으로 내던졌다. 이은서는 절망감에 휩싸여 더 공포에 사무쳤다. 목은 타들어 가고 호흡은 점점 어려워졌으며 답답함에 숨이 막힐 듯했다. 속은 뜨겁게 달아올라 타는 듯한 고통에 시달렸다. 이은서의 몸은 불길 위에 묶여 있는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참혹한 광경을 바라보는 이루나는 비웃음만 지었다. “이은서, 너는 어젯밤에 나를 냉동고에 가둬놨지. 오늘은 내가 너를 찜통에 가둬뒀어. 하나는 차갑게, 하나는 뜨겁게... 이렇게 주고받는 거지. 과하지 않지?” 그녀는 차창 밖에서 말했다. 이은서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의식이 점점 흐려져 가는 게 보였다. 그러나 이루나는 무정하게 자신의 차로 돌아가 에어컨을 켜고 천천히 그녀의 반응을 관찰했다. 손에는 시원한 콜라를 들고 휴대폰을 넘기며 때때로 차 안의 상황을 힐끗 보았다. 그 모습은 평온 그 자체였다. 그녀도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잔인한지 잘 알았다. 그러나 과거를 떠올리면 분노가 치밀었다. 강물에 빠져 거의 죽을 뻔했고 어느 날에는 이은서의 손에 밀려 대형 트럭 밑으로 떨어질 뻔했으며 어젯밤엔 냉동고에 갇혀 거의 죽음을 맞이할 뻔했다. 반복되는 위기 앞에서 이은서는 늘 법망을 빠져나갔다. 이루나는 생각했다. 폭력으로 갚는 것 외엔 도리가 없다고. 같은 방식으로 그 공포를 맛보게 하는 것만이 그녀가 느낀 고통을 되돌려줄 수 있다고 믿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상대에게 자비를 베풀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대략 자신이 정해둔 시간만큼 기다렸을 때, 차 안의 이은서는 눈을 감고 거의 의식을 잃은 듯 보였고 이루나는 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