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3화
이루나는 고지훈 차량의 조수석에 앉아 손에 든 주민등록등본을 보았다.
이씨 가문의 세대주란에는 이성태의 이름이, 배우자란에는 박희연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자녀란에는 이은서가 장녀로, 이원호가 차남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분명 이루나가 이성태의 첫째 자식이건만 등본에는 차녀로 등록되어 있었다.
비록 이루나는 이런 것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았지만, 앞선 네 명이 진정한 한 가족이고 자신은 억지로 끼어든 외부인처럼 느껴져 마음 한구석이 휑했다.
수년 전만 해도 친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이루나는 장녀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이 고지훈은 이루나가 주민등록등본을 멍하니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우리 내일 예쁘게 차려입고 구청으로 가서 혼인 신고하자.”
이 말에 이루나는 오히려 망설여졌다.
“나 먼저 분가부터 하고 싶어. 이 사람들과 같은 주민등록등본에 등록된 것이 싫어. 세대 분리만 하고 다시 혼인신고 하러 가자.”
“그럴 필요 없어. 주민등록등본은 혼인신고에 꼭 필요한 재료도 아니고 결혼해서 같이 살면 자연스럽게 분리될 거야.”
이루나는 말이 없어졌다. 사실 고지훈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이때 고지훈이 말을 덧붙였다.
“난 네가 세대주를 맡아도 상관없어. 그리고 나중에 우리 둘의 아이가 네 성을 따라도 돼.”
그 말에 이루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됐어. 나조차도 내 성이 싫고 가능하면 이씨 가문과 연을 끊고 싶은데 절대 내 성을 물려주지 않을 거야.”
“알겠어. 사실 나도 딱히 상관없어.”
고지훈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난 내 친부가 누구인지도 몰라. 고씨 성도 어머니 성을 따른 건데 바꾸기 귀찮아서 지금까지 쭉 써온 거야. 그러니 성씨는 나한테 큰 의미가 없어.”
이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 차가 다시 출발했다.
“우리 내일 혼인신고 하러 가는 거 맞지?”
이루나는 이 말에 대답하지 않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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