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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그래?” 이루나는 그 말을 듣고 그제야 고개를 들어 서이건의 눈을 마주 보았다. “정말 내가 거는 모든 조건을 다 맞춰줄 생각이야?” “얘기해. 어떻게 하고 싶은데?” “그렇다면 서씨 가문 사람들과 연을 끊어.” 이루나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얘기했다. “그리고 네 모든 재산을 내 명의로 넘겨. 그렇게 할 수 있겠어?” “...” 그 말을 들은 서이건은 난감하다는 듯 눈을 감았다 떴다. “두 번째 조건은 가능해.” 이루나가 차갑게 웃었다. “그럼 첫 번째 조건은 못 들어준다는 거네? 당신한테 더 중요한 건 역시 가족이잖아. 그 가족을 위해서 언제든지 나를 짓밟을 수 있잖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루나는 여전히 서태준의 사건 때 서이건이 한 결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이루나가 서이건에게 진심으로 설렜을 때, 진심으로 서이건을 떠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서이건은 차갑고 매정하게 이루나를 내쳤다. 이루나에게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말이다. 서이건은 그런 이루나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지난 일이니 더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나랑 결혼하면 너도 내 가족이 되는 거야. 난 앞으로 너를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게 될 거야.” 멈칫한 이루나는 차가운 미소를 띠고 얘기했다. “잊지 마. 내 뱃속의 아이를 지우게 한 건 당신이었다는 걸. 당신을 모르겠지만, 그 아이는 내 인생 마지막 아이가 될 수도 있는 아이야. 이제 앞으로 아이가 안 생길지도 몰라. 서씨 가문에서 아이도 못 낳는 여자를 받아들일 것 같아?” 서이건은 약점을 찔린 듯 눈빛이 어두워졌다. “과거의 일은 그만 얘기해. 서로 고통스럽게 하지 말고.” 거기까지 말한 서이건은 이루나가 반항하기도 전에 두 팔로 이루나를 꽉 껴안았다. “사랑해.” 낮게 깔린 그 목소리로, 서이건은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시작했다. “널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너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어. 내가 너를 욕한 것도 괴롭힌 것도 결국은 다 사랑해서 그런 거야.” 서이건이 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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