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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장

주경민의 냉담한 태도에 방지아의 얼굴에 떠 있던 미소가 굳어졌다.  그녀는 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 성승윤도 어렵지 않게 유혹할 수 있었고 구애자도 적지 않았다. 방지아는 주경민이 열정적이지 않더라도 적어도 이렇게 차가운 태도를 보일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주경민은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다. 이 남자는 아주 확고했고 그녀를 상대조차 하려 하지 않았다. 자존심이 상한 방지아는 불쾌함과 분노가 한꺼번에 밀려와 손을 꽉 쥔 채 다시 한번 다가가려고 시도했다. 몇 걸음 따라가 입을 열려는데 주경민의 손에 들린 물건을 보고 그대로 멍해졌다. 익숙한 교재와 교수안, 이것은... 방지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저도 몰래 말이 튀어나왔다. “심 선생님의 책이 왜 그쪽 손에 있는 거죠?” 심자영을 언급하자 그제야 주경민은 발걸음을 멈추고 방지아를 바라보았다. “자영이 동료 되세요?” 친밀한 호칭에 방지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추측했다. 설마 이 남자가 심자영의 오빠? 심자영한테 어떻게 이런 오빠가 있지? 질투와 분노가 한꺼번에 들끓어 방지아는 주먹을 꽉 쥔 채 애써 감정을 억눌렀지만 표정은 여전히 경직되어 있었다. 하지만 주경민은 그녀를 유심히 보지 않았기에 이런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가 아무 대답도 없자 주경민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이때 방지아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저도 교육 봉사로 이 학교에 온 방민아라고 해요. 심 선생님과는 같은 교무실을 쓰고 있어 꽤 친하죠. 근데 성함이 뭐예요? 심 선생님과는 어떤 사이신지?” 그녀는 마치 심자영과 친한 사이인 것처럼 주경민을 속였다. 같은 사무실에 꽤 친하다는 말을 들은 주경민은 처음으로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주경민의 시선이 방민아에게 닿는 순간, 그녀는 아주 순진하고 해맑은 소녀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주경민은 또 시선을 거두었다. “주경민입니다.” 여전히 냉담하고 단호한 말투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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