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6장
강도현은 이젤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심자영을 바라봤다.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안타까움과 연민이 차올랐다.
심자영은 한때 그림에 있어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그녀가 다니던 미술대학에서도 그녀를 높이 평가하며 크게 기대했다.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측에서는 추천서를 써줄 테니 유학을 가보지 않겠냐며 해외에서 실력을 넓히도록 적극적으로 밀어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하지만 심자영은 그 제안을 거절하고 학교에 남았다.
그럼에도 학교 측에서는 여전히 그녀를 아끼며 미래에 큰 희망을 걸었다.
그러다 그녀가 영국 유학을 결심했을 때도, 학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모든 절차를 도와줬다.
언젠가 이 소녀가 미술계에 혜성처럼 떠올라 자신의 이름을 빛낼 거라는 사실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에, 그녀는 손을 다치고 먼저 나락으로 떨어졌다.
강도현은 전에 그저 부상이 심각하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그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심자영의 그림을 직접 본 순간에야 그는 확실히 깨달았다.
이 손으로 인해 심자영은 자신의 꿈을 완전히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다시는 미술과 인연을 맺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림의 완성도는 다섯 살 때 그녀가 그렸던 작품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니 그날, 자신을 보자 심자영이 왜 그렇게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가리며 황급히 물러섰는지 이제야 이해됐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에게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았던 거다.
만약 언젠가 그가 목을 상해 다시는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다면, 누구에게도 무너진 모습을 들려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마지막으로 지킬 수 있는 자존심일 테니까.
그래서 조금 전에도 그는 본능적으로 도서화 모녀의 시선을 가리며 이 그림이 다른 사람의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막았던 것이다.
도서화는 옆에서 짐을 옮기려다가도 함부로 심자영의 물건을 건드릴 수 없어 선뜻 손을 대지 못했다.
다행히 심자영의 짐은 많지 않아 두 사람은 몇 번 오가며 금세 짐을 다 옮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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