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8장
이미 희망을 준 거라면 왜 끝까지 속여주지 못하는 걸까.
장미숙의 가슴은 만 마리 벌레가 파고드는 듯한 고통으로 물들어 있었다.
지독한 불만이 그녀의 마음 깊숙이까지 번졌다.
어떻게 이 눈부신 부와 지위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다시 한번 이 남자에게 버림받는 걸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비록 주성호가 약속을 해주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그가 말한 약속이라는 것은 결국 그녀에게 머물 곳과 식사를 보장해 주겠다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그런 단순한 보호가 아니었다.
명예, 지위, 부, 권력.
그녀는 그것들을 모두 원했다.
주씨 가문에 기댄 채 다른 여자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주성그룹 안주인으로서 모든 걸 손에 쥐고 누리고자 했다.
장미숙은 어느 때보다도 지금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오히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이 순간 그녀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느꼈다.
주성호가 자신을 완전히 버리기 전에 이 남자의 위선과 냉정한 본심을 알아차린 게 얼마나 다행인지.
더구나 추영자와 손을 잡지 않은 것도 다행이었다.
대신 그녀는 더 과감하고 더 확실한 길을 택했다.
그 길은 조금 극단적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훨씬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었다.
곧 벌어질 일을 떠올리자 장미숙의 불안과 분노로 엉켜 있던 마음이 차츰 가라앉았다.
그녀는 아까의 애처로운 표정을 거두고 슬며시 몸을 옆으로 비켜 앉았다.
그리고 미묘하게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아까는 내가 좀 흥분했어. 성호 오빠,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지금 이 남자의 마음속에는 다른 여자가 들어와 있었다.
마치 추영자에게 충성을 다하는 듯한 태도로 스스로를 절제하며 애쓰고 있는 그에게 아무리 자신이 유혹해도 받아들여질 리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계속 매달리다가는 자신만 더 초라해질 뿐이었다.
그래, 두고 보자.
언젠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완전히 사라지면 그때는 어떨까.
주성호가 정말로 한 여자만 바라보며 평생 절제하며 살 수 있을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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