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2장

주경민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는 일부러 작은 소리를 내고는 눈을 감았다가 마치 방금 막 깨어난 듯 천천히 눈을 떴다. 깜짝 놀라 깨난 주성호는 주경민이 몸을 조금 움직이는 것을 보자마자 황급히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바라보았다. “경민아, 정신 들어?” 주성호는 안도한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기쁜 표정을 보였다.. 주경민은 머리를 감싸 쥐고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버지, 여기 어디죠? 아버지는 왜 여기 계세요?” 주성호의 동작이 잠시 멈췄다. 그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주경민을 바라보며 물었다. “기억 안 나? 너 교통사고 난 거.” 주경민은 고개를 저으려다 머리를 조금 움직이는 순간 갑자기 밀려드는 메스꺼움과 어지러움에 휩싸였다. 그는 즉시 움직임을 멈추고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차 속도가 너무 빨라서 브레이크를 밟아도 멈추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만... 죄송해요. 걱정 끼쳐서.” 주성호는 그의 얼굴에서 거짓의 기색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는 추영준이 한 말을 떠올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추 비서한테서 들었는데 너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묘원부터 들렀다며? 네 엄마한테.” “네.” 주경민은 망설임 없이 인정하더니 주성호의 표정을 슬쩍 살핀 후에야 말을 이었다. “요즘 계속 엄마가 꿈에 나왔어요. 엄마가 저승에서 잘 지내지 못하고 외롭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만 사고가 나버렸네요.” 주성호는 방금 주경민이 슬쩍 자신의 표정을 살핀 시선을 놓치지 않았으나 딱히 의심은 하지 않았다. 박은정이 세상을 떠난 뒤, 그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앞에서 그 이름을 꺼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주경민은 자주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곤 했지만 주성호가 몇 차례 화를 내고 난 뒤로는 그 그리움을 마음 깊숙이 묻어둔 채 좀처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하여 방금 그 시선도 주경민이 자신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여겼을 뿐, 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경민이 요즘 어머니 꿈을 자주 꾸었다고, 저승에서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