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3장
“네가 파혼하는 바람에 주씨 가문의 명성이 얼마나 큰 타격을 입었는지 알아?! 너는 주성그룹의 미래 후계자다. 그런 네가 어떻게 여자 하나 때문에 그렇게 충동적일 수 있지? 게다가 그 아이는 네 여동생이잖아!”
주경민은 이 일로 주성호가 쉽게 물러날 리 없다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방식으로 떠보며 주성호에게서 대답을 받아내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알아요. 그래서 아버지는 제가 어떻게 속죄했으면 좋겠어요? 다리라도 부러뜨릴까요?”
주경민은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며 다리를 가리켰다.
“굳이 아버지가 손댈 필요도 없어요. 어머니 묘원을 나온 그 순간부터 제 다리는 이미 부러졌으니까요.”
박은정의 이름이 언급되자 주성호의 표정이 확연히 굳었다.
그의 눈빛에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 비쳤다.
그것은 마치 죄책감 같기도, 또 다른 무엇 같기도 했지만 너무 빠르게 사라져 버려 알아채기조차 어려웠다.
그렇게 미묘한 변화조차 주경민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주경민은 아버지의 반응을 본 후 얼굴이 한층 더 창백해지며 이불 위에 올려놓은 손으로 이불자락을 세차게 움켜쥐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뒤에야 말을 이었다.
“그럼 아버지는 제가 책임을 지길 바라시죠? 이 결혼 계속하길 원하세요?”
주성호의 입술이 떨리며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했지만 주경민이 든 얼굴, 그리고 그 얼굴에 어머니와 닮은 모습이 겹쳐지자 입 밖으로 내뱉으려던 말이 목구멍에서 걸려버린 듯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는 아무 말 없이 그 모든 것을 꿀꺽 삼켜 버리고 이렇게 말했다.
“네가 다쳤으니 이 일은 일단 급하게 서두르지 않겠다. 다만 파혼한 건 결국 네가 유리에게 잘못한 일이야. 상처가 회복되면 반드시 유리에게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해.
그리고 유리 돌아오면 직접 사과해. 일방적인 파혼이 한 여자의 명예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알기나 해? 설사 네가 정말 그 아이와 결혼하기 싫었더라도 최소한 미리 말은 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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