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4장

“아버지.” 주경민은 눈앞의 남자를 깊이 바라보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아버지한테는 그 모녀가 저보다 더 중요한 건가요?” 주성호는 고개를 들어 주경민을 바라보았다. 그의 알 수 없는 어두운 눈빛 속에 잠시 미묘한 웃음이 떠올랐다. “세상에는 네가 모르는 일도 있고, 네가 신경 쓰지 말아야 할 일도 있어. 너는 내가 정해준 길만 따라가면 돼. 아버지는 절대 널 해치지 않아.” 주경민의 눈빛은 한층 더 싸늘함으로 물들었다. ‘정말 날 위한 건가요, 아니면 장미숙을 위한 건가.’ 입술 끝까지 올라온 이 질문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더는 말해봤자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주성호의 태도와 반응 속에서 자신이 원하던 답을 얻었다. 다친 다리를 내려다보는 주경민의 눈빛에는 비웃음과 함께 실망이 스쳤다. ‘이 다리... 헛되이 다친 건 아니군.’ 그가 일부러 만들어낸 교통사고는 단순히 주성호의 시선을 심자영에게서 돌리고 강유리와의 결혼을 피하며 파혼 문제에 대한 대답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그 일이 과연 주성호와 관련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것이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빠르고도 직접적인 방법이었다. 시간이 없기에 그는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예전처럼 시간을 끌다가는 설령 진실을 알아내고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결국 그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게 될 것이다. 그는 심자영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능한 한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끝내고 남은 생을 바쳐 그녀에게 속죄하며 용서를 구할 생각이었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장미숙을 아끼신다면 제발 아줌마는 놓아주세요. 아줌마도 지난 세월 쉽지 않았잖아요. 아줌마한테 빚진 만큼, 이제는 자유를 주세요.” 주성호의 얼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었다. “내가 말했을 텐데, 나와 네 아줌마 사이 일은 네가 끼어들 문제가 아니야. 회사를 상속받고 싶다면 더는 내 기대를 저버리는 짓을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후계자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어!” 후계자 자리를 걸고 협박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