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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그, 혹시 아직 비서 자리가 비어 있어? 난 왠지 다시 비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서예은이 장난스럽게 박시우에게 말하자 박시우는 손을 들어 서예은의 코끝을 살짝 톡 치며 다정하게 웃었다. “좋지. 디자이너 일 하다가 지치면 그냥 내게로 와. 비서 자리를 내줄게.” “응, 질릴 때 말할게.” 서예은은 손을 잡은 채 박시우와 함께 단지를 나섰다. 두 사람은 골목 한구석에서 누군가가 몸에 구멍이라도 뚫으려는 듯한 미친 시신으로 둘을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박시우가 한 말은 무조건 연기야. 저 사람이 진심으로 저런 생각을 할 리 없어. 전부 가짜야. 다 꾸며낸 거라고. 서예은이 질리면 결국 딴 여자를 찾을 거야. 세상에 바람 안 피우는 남자가 어딨어?” 주현진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산책을 마친 서예은과 박시우는 이금희 댁으로 돌아와 각자 조금 더 일을 보다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그때, 박시우의 휴대폰이 계속 진동하기 시작했다. “안 봐도 돼? 꽤 많은 사람이 찾는 것 같은데?” 서예은의 질문에 박시우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서예은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괜찮아. 아마 저 녀석들이 심심해서 술이나 한잔하자고 하는 거겠지.” 박시우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 “밖에서 술 마시는 것보다 아내 안고 자는 게 훨씬 행복해.” 서예은은 박시우의 품 안에서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살짝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지금은 연애 초기니까 이렇게 뜨거울 수 있겠지. 시우가 나한테 집착하는 건 당연한 거야. 예전에 주현진도 연애 초기에 이랬지. 근데 나중에 내가 질리면 그때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어.’ ... 단톡방에서 장준수, 구동준, 기우람이 열렬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장준수가 먼저 말을 보냈다. [시우는? 내가 답장을 보내라고 재촉한 게 몇 번인데 왜 답이 하나도 없어?] 구동준이 대답했다. [준수야, 너 진짜 바보야? 시우가 대답하지 않는 건 지금 아내랑 붙어 있어서 그럴 시간이 없는 거잖아. 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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