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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함정달콤한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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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다음 날, 박시우는 마치 서예은이 후회라도 할까 걱정이라도 한 듯 아침 일찍 그녀를 데리러 왔다. 박시우의 신분 덕분에 혼인신고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매우 빠르고 순조롭게 끝났다. 두 사람이 서류에 서명할 때, 직원은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서예은은 괜스레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리고 착각인지 아닌지 방금 서명할 때 박시우가 살며시 미소를 지은 것 같았다. 30분 뒤, 두 사람은 구청을 나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미혼이었던 서예은은 자신이 이제 기혼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유부녀가 되었다. 그녀가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박시우는 자기 새끼손가락에서 은색 반지를 빼 서예은의 약지에 끼워주었다. 잠시 멈칫하던 서예은은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반지 위에 새겨진 문양은 보기 드물게 독특했고 주얼리 디자이너였던 그녀한테도 생소한 재질이었다. 반지는 마치 어떤 신분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이거... 비싼 거 아니에요?” 서예은은 한참을 망설이다 물었다. “아니야. 일단 그거라도 먼저 끼고 있어. 결혼반지는 따로 주문할 거야.” 박시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서예은은 입술을 깨물며 뭔가를 더 말하려다가 다시 말을 삼키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박시우는 독점욕이 강한 사람이었고 거절을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서예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한껏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차에 타. 집에 데려다줘? 아니면 회사로 데려다줘?” 바로 그때, 서예은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한참 뒤에야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예은아, 어디야?” 주현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전해졌다. “밖이야.” 주현진의 목소리에 설레던 서예은의 마음은 순간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해지기 시작했다. “뭐? 아직도 회사에 안 왔어? 오늘 공모전에 관해 중요한 회의가 있잖아. 잊은 거야?” 주현진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서예은은 무덤덤하게 답했다. “주 대표, 나 오늘 휴가 좀 낼게.” “예은아, 무슨 일 있는 거야? 아니면 어젯밤 일 때문에 그래? 다들 취해서 장난친 거야. 너도 알잖아.” 주현진은 조금의 미안한 마음도 없이 오히려 어제 일을 장난으로 치부했다. “장난이든 아니든, 이젠 상관없어. 그리고 오늘 휴가 내는 이유는 결혼 때문이야.” 서예은의 입가에 비웃음이 맴돌았다. “서예은, 무슨 그런 농담을 하고 그래? 누구랑 결혼한다는 거야?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주현진은 얼굴을 구기며 눈썹을 찡그렸다. 서예은은 웃음이 나왔다. ‘협박? 너한테 난 그런 사람이었구나.’ 이미 마음이 죽어버린 탓인지, 그의 말에 아무런 감정도 일지 않았다. “결혼할 상대가 너는 아니니까 안심해. 그리고 오후에 회사 나갈 거야.” 말을 마친 서예은이 복잡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자, 박시우가 입을 열었다. “주현진이야?” 서예은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기분이 언짢아진 박시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앞으로 그 남자와는 연락을 최소화해 줬으면 좋겠어.” 서예은은 차분하게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럴게요. 그리고 우리 이제 막 결혼했잖아요. 아직 적응이 안 돼서 그러는데, 공개는 조금 미뤄도 될까요?” 그녀는 우선 자기 일을 정리하고 싶었다. 박시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적응할 시간을 주지. 하지만 결혼한 이상, 부부의 의무는 다해 줬으면 해. 이름만 아내인 사람은 필요 없으니까.” 그의 말에 서예은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분명히 낯 뜨거운 말이었는데 그는 마치 날씨 얘기라도 하듯 담담하게 말했다. 서예은은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3일만 시간을 주세요. 할머니께도 말씀드려야죠.” 박시우와 결혼할 때부터 이 모든 건 예상했던 일이었다. 그녀는 지나치게 감성적인 여자도, 보수적인 여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막 알게 된 사이인 만큼 서로를 더 알아갈 필요가 있었다. 박시우는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살며시 입꼬리를 올렸다. 갑자기 그는 아까 전화 내용이 생각나 다시 물었다. “내가 뭐 도와줄 거 있어?” “아니요. 저 혼자 처리할 수 있어요. 시간만 주신다면 주현진과는 완전히 정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서예은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태도를 밝혔다. 박시우는 결혼하면 남편한테 의지하는 다른 여자들과는 다른 그녀의 모습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알았어. 3일 후에 비서를 보낼게. 그동안 짐 정리도 하고 할머니 뵐 시간도 마련해 둬.” “네.”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기 외할머니까지 배려하는 박시우의 모습에 서예은은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주현진과 몇 년을 사귀는 시간 동안 그가 외할머니를 찾아온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게다가 찾아뵐 때마다 항상 짜증 내기 바빴다. 서예은은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눈이 멀었는지 깨달음과 동시에 이제라도 진짜 주현진의 본모습을 알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전화해. 일단 집으로 데려다줄게.” 말을 마친 박시우는 당당하게 그녀의 어깨를 감싼 채 차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서예은은 몸이 굳었지만, 이제 유부녀가 되었으니 이런 것쯤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일은 정말 단정 지을 수 없는 거구나. 어제까지만 해도 주현진의 여자 친구였는데, 오늘은 박시우의 아내라니.’ 하지만 서예은은 이것이 제일 나은 선택이라 생각했고, 약간의 후회도 일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서예은은 가지고 나갔던 주민등록등본을 서랍에 다시 넣어두었다. 가족관계증명서는 박시우가 가져갔는데, 서예은이 잃어버릴까 봐 금고에 보관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서예은은 황당한 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평소에 쓸 일도 없으니 상관은 없었다. 이금희는 이미 식사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고 서예은은 재빨리 부엌으로 가서 그녀를 도왔다. 이금희는 연세가 많았어도 손놀림은 꽤 빠른 편이었다. 그녀는 채소를 다듬으며 말했다. “예은아, 오늘은 회사 안 가니? 할머니가 맛있는 거 해줄 테니 현진이 한번 불러오렴.” 서예은은 잠시 망설이다가 변명했다. “오늘 오전에 약속이 있어서요. 오후에 회사 갈 거예요. 현진이는 요즘 너무 바빠서 시간이 안 될 거예요.” 이금희는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래. 바쁘면 어쩔 수 없지. 네가 좀 이해해 줘. 결혼하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이금희의 잔소리는 계속되었지만, 서예은은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이해? 배려? 그건 서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주현진은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필요 없을 테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오후가 되자 서예은은 회사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주현진을 찾아갔다. 회사를 설립할 때 그녀는 4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주현진은 자신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가족의 도움 없이 서예은과 함께 F&W를 세웠다. 처음에는 몇 명 안 되던 회사가 이제는 수백 명의 직원을 거느릴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고, 업계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회사에는 숙련된 디자인팀이 있었는데, 서예은은 디자인 총괄이자 수석 디자이너였다. 그녀가 내놓은 작품은 항상 히트했고, 덕분에 회사 실적은 이 년 동안 급성장했다. 하지만 주현진은 그 사실을 간과했고 모든 성과가 전부 자신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점점 더 기세가 등등해졌다. 덕분에 주씨 가문에서도 그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은 뒤바뀔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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