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정미정과 서예은도 식탁으로 다가왔다.
박동국은 외부 일정으로 저녁을 함께하지 못했고 오늘은 세 사람만 식사하는 날이었다.
박시우가 미간을 찌푸린 채 국을 바라보며 대놓고 불쾌한 표정을 짓자 정미정이 인상을 쓰며 쏘아붙였다.
“그 국은 네 몸을 챙기라고 끓인 거야. 얼른 마셔.”
하지만 박시우는 미동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서예은이 부드럽게 설득했다.
“어머님이 정성 들여 끓인 거잖아. 안 마시면 어머님 마음이 섭섭할 거야.”
엄마가 섭섭하다는 소리를 듣자 박시우가 서예은을 바라보며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고는 웃는 듯, 아닌 듯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내가 이걸 마셨으면 좋겠어?”
서예은은 순간 멈칫했다.
박시우가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머님이 정성껏 끓인 걸 거절하는 것도 실례인 것 같아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박시우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한마디 보탰다.
“그럼 후회하지 마.”
그 말을 끝으로 박시우는 국을 한 국자 가득 따라 단숨에 들이켰다.
그제야 세 사람은 제대로 식사에 들어갔다.
식사 도중, 정미정이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예은아, 다음 주말에 다도 모임이 있는데 시간 괜찮으면 같이 가보지 않을래?”
정미정은 서예은이 이런 자리에도 익숙해지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정미정 본인은 이런 모임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 할 때도 많았다.
서예은은 그 말에 주춤하다가 곧바로 답했다.
“어머님, 저 주말에 시간 많아요. 저랑 같이 가요.”
사실 서예은은 다도에 대해 나름대로 공부한 적이 있었다.
예전 주현진과 교제하던 시절, 그 집안의 엄격한 가풍을 알게 되었고 다도, 꽃꽂이나 조화 등 예술적인 영역에서 세세한 기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서예은은 따로 전문가를 찾아 몰래 배웠던 것이다.
다행히 서예은은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 습득이 빨랐고 지금은 이런 자리에 나가도 어지간해선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식사 후, 하늘이 어두워지자 두 사람은 집에 돌아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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