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주현진은 입을 열어 반박하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예은은 그 말을 끝으로 더는 미련 없이 돌아서서 나가버렸고 자리에 남겨진 주현진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서예은은 이제 주현진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 옛날의 감정은 이미 바람처럼 사라졌고 지금의 서예은은 새로운 삶을 제대로 살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예은아...”
주현진은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속에는 깊이 숨겨진 후회의 감정이 숨어 있었다.
카페에서 나온 서예은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주현진을 다시 마주쳤지만 서예은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차분했다.
이제는 예전처럼 감정이 요동치지도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때, 서예은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화면에 뜬 이름은 바로 박시우였다.
서예은의 입꼬리가 흐뭇하게 올라갔고 냉큼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자기야.”
서예은의 목소리에는 달콤함이 살짝 묻어 있었다.
첫 경험 이후, 박시우는 서예은에게 자신을 자기라고 부르라고 했다.
처음에는 서예은도 부끄러워했지만 결국 받아들이기로 했다.
곧 전화 너머로 박시우의 매력 있고 부드러운 중저음이 들려왔다.
“점심은 먹었어?”
서예은은 웃으며 가볍게 대답했다.
“응, 먹었어. 자기는 먹었어?”
“응, 손님을 접대하고 있었는데 잠깐 나와서 바람 쐬는 중이야.”
박시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밥은 꼭 챙겨 먹어. 술은 좀 줄이고.”
서예은은 자연스럽게 잔소리를 했다.
“알겠어요, 우리 마님.”
박시우의 목소리는 다정했고 그 말을 듣는 서예은의 가슴은 간질간질해졌다.
휴대폰을 꼭 쥔 서예은의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설령 박시우가 주현진이 말한 것처럼 그저 장난이었다 해도 서예은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서예은은 이미 박시우라는 늪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 빨리 끝내고 와. 집에서 기다릴게.”
서예은의 말에는 다정함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
“알았어.”
박시우는 짧게 대답한 뒤 한마디 덧붙였다.
“저녁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아주머니께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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