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주현진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고 말투에도 불쾌함이 섞였다. “예은아, 박시우가 어떤 사람인지 네가 알아? 박시우 같은 인간이 너한테 진심일 리 없잖아. 정신 차려. 그럴듯한 말에 속지 마.” 서예은은 코웃음을 치며 아니꼬운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주현진,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날 버린 건 너야. 지금 와서 뭔 자격으로 내 일에 끼어들어? 박시우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더 잘 알아. 네 조언 따위는 필요 없어.” 서예은의 말에 주현진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한참을 머뭇거린 주현진은 주먹을 꽉 쥐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예은아, 그땐 내가 잘못했어. 그건 인정해. 하지만... 난 네가 박시우 같은 놈한테 놀아나는 거 진심으로 보기 싫어.” 서예은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고 진지한 표정으로 주현진에게 경고했다. “주현진, 말조심해. 박시우가 어떤 사람인지 너보다 내가 훨씬 잘 알아. 그리고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어. 더 이상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마.” 주현진은 시퍼렇게 굳은 얼굴을 쳐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분노가 가득한 말투로 소리쳤다. “서예은, 너 왜 이렇게 분간할 줄 몰라? 박시우 같은 놈이 널 진심으로 대해줄 리가 없잖아. 넌 그저 그놈의 일시적인 장난감일 뿐이야.” 서예은도 천천히 일어서며 차가운 눈빛으로 주현진을 바라봤다. “주현진, 내 일에 참견하지 마. 박시우는 내 남편이야. 말 가려서 해.” “남편이라고? 웃기지 마, 서예은. 거짓말도 좀 말이 되는 소리로 해. 박시우가 너랑 결혼했다고? 말도 안 돼.” 주현진은 서예은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서예은은 반박하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혼인 등록 사진을 꺼내 보여줬다. “눈이 달렸으면 똑바로 봐. 이게 나와 박시우의 혼인 등록 증명이야.” 주현진은 지금 박시우가 본인과 같은 수준밖에 안 되는 남자라고 착각하는 것 같았다. 서예은과 몇 년을 사귀면서도 결혼할 생각은커녕, 한 번도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서예은의 청춘을 허무하게 낭비한 사람이 주현진이었다. 주현진은 단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