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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함정달콤한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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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이금희가 박시우를 마음에 들어 하자, 서예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이 이미 혼인신고까지 마쳤다는 것을 알게 된 이금희는 서예은더러 빨리 박시우와 함께 살라고 재촉했다. 예물이나 결혼식 같은 건 중요하지 않고, 그저 두 사람이 행복하게 지내기만을 바란다고 하셨다. 박시우를 바라보는 이금희의 눈빛에는 만족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인생 칠십을 넘겨보신 분의 눈썰미가 틀릴 리 없었다. 서예은은 그 모습을 보며 안심했지만, 곧 박씨 가문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하지만 박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박시우는 자신의 가족들이 온화한 성품이라 어렵지 않게 친해질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서예은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이번만큼은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박시우는 서예은이 긴장할까 봐 그녀가 이사한 후 둘이 함께 적응한 뒤에 가족을 소개하기로 했다. 서예은도 이 방법이 좋다고 생각했다. 사실 서예은은 지금 박시우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긴장되었다. 그는 당당하면서도 은은한 위압감으로, 어쩐지 사람들을 조용히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박시우가 식사를 마치고 떠나자, 서예은은 이금희의 감독 아래 짐을 싸기 시작했다. 내일 퇴근 후 바로 박시우 집으로 이사할 계획이었다. 이금희는 이제 본인도 나이가 있으니, 서예은이 좋은 사람을 만나 정착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다음 날 아침 서예은은 아침을 먹고 회사로 향했다. 이번에는 업무 인수인계와 함께 회사 지분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주현진이 지분을 사주지 않는다면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팔 생각이었다. 이제는 주현진과의 완전히 관계를 끊고 싶었다. 서예은이 회사에 도착하자, 그녀의 비서 하수빈이 다급하게 다가왔다. “언니, 왜 이제 와요? 아까부터 주 대표님께서 계속 언니를 찾았어요.” 서예은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사무실에 들어선 서예은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고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그녀는 곧바로 누군가 자신의 컴퓨터를 건드렸다는 것을 알아챘다. 순간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이 떠오르자, 서예은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컴퓨터를 켜고 디자인 파일 폴더를 열자, 예상대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차갑게 식어갔지만, 입가에는 미묘한 웃음이 맴돌았다. 이미 주현진과 서지안이 움직일 것으로 예측했던 서예은은 신중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그들을 자신이 준비한 함정으로 유인했다. 주현진 외엔 아무도 모르는 비밀번호, 그것이 바로 결정적 증거였다. 비밀번호는 주현진의 생일이었는데 바꾸지 않은 건 실수가 아니라 계산된 선택이었고 더 큰 그림을 위해 일부러 놔둔 것이었다. 서예은은 그들의 목적이 주얼리 공모전의 디자인 시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온라인 접수가 시작된 상태였는데 참가자가 직접 작품을 업로드하면 예선을 거치게 되고, 예선 통과 후에야 본선 진출 자격이 주어지는 방식이었다. 서지안도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이번 대회로 이름을 알리려는 야망이 남달랐다. 하지만 서지안은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서예은의 재능을 빌려 성공하려는 속셈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서예은의 작품을 가로채 자신의 이름으로 출품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여러 번 금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었던 서예은한테 이런 공모전은 식은 죽 먹기라는 걸 주현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서예은을 꼬드겨 공모전에 참가시킨 뒤, 완성된 디자인을 서지안 이름으로 출품할 계획이었다. 이렇게 하면 서지안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유명해질 수 있었다. 주현진에게 서예은은 달래기만 하면 순순히 따라오는 여자였고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처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순종적인 존재였다. “주현진, 넌 내가 아직도 네 말이라면 뭐든 다 하는 사람인 줄 알아?”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서예은의 눈에는 예리한 빛이 스쳤다. 서예은은 곧바로 새로 완성한 디자인 시안을 꺼낸 뒤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 계정을 만들고, 완성된 디자인과 함께 디자인 콘셉트와 영감을 담은 설명을 첨부해 제출했다. 모든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사이트에서 로그아웃했다. 대회 규정상 모든 작품은 예선 당일까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지만, 서예은은 만일을 대비해 컴퓨터 옆에 놓은 화분 속에 초소형 카메라를 숨겨두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디자인 시안을 누구나 볼 수 있는 눈에 띄는 곳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내 디자인 시안이 욕심난다면 특별히 선물을 줘야지.” 마음속으로 계획을 짜낸 서예은은 냉소를 지었다. 이제 남은 일을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한 서예은은 주현진을 찾아갔다. 이 순간, 주현진의 사무실은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서예은이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주현진의 당황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들어와.” 서예은이 차가운 눈빛으로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지안은 불그스레해진 얼굴과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주현진의 무릎에서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주현진은 침착한 척하며 셔츠를 추슬렀다. 예상치 못한 서예은의 등장에 그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예은,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주현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목소리 틈새로 흘러나오는 불안감은 감추지 못했다. 서예은은 차갑게 웃으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어쩐 일이라니? 방금까지 나를 찾았다며? 방해라도 된 거야?” 서지안은 굳은 얼굴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언니, 오해하지 마. 오빠랑 나는 그저 업무를 논의하는 중이었어.” “그래?” 서예은은 비웃듯 말했다. “두 사람 업무가 참 특별한가 봐?” 주현진은 즉시 얼굴이 구겨지더니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서예은, 말조심해! 지안이는 그냥 업무 보고를 하러 온 거야.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서예은은 소파에 우아하게 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두 사람이 무슨 사이든 이제 나와는 상관없어. 우리는 끝났잖아.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온 거야.” 주현진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눈썹을 치켜올리고 물었다. “무슨 일인데?” 서예은은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사와의 계약 해지서야. 내 사인은 끝났으니, 너도 사인해. 그리고 F&W의 지분도 처분할 거야. 시가로 600억 정도 되는데, 네가 사지 않으면 다른 투자자에게 팔 거야. 지금 F&W가 평판이 좋은 거 알지? 팔겠다고 하면 사려는 사람은 많을 거야.” 주현진과 서지안은 멍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잠시 뒤, 주현진은 벌떡 일어나더니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예은, 너 정신이 나갔어?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서예은은 차갑게 웃었다. “무슨 소리냐고? 주현진, 네가 더 잘 알 텐데?” 주현진은 순식간에 얼굴이 확 굳어졌고 목소리에는 위협적인 뉘앙스가 서렸다. “서예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 계약 해지가 어떤 건지 알아? 이러면 넌 모든 걸 잃게 될 거야.” 서예은이 대답하려는 순간,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에 뜬 ‘남편'이라는 연락처에 그녀는 얼어붙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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