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달콤한 함정달콤한 함정
에:: Webfic

제2화

아침 7시, 라움 아카데미 앞은 슈퍼카로 붐볐다. “채하가 오늘은 어떤 맛있는 디저트를 가져왔을까?” 리본녀가 차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난주에 가져온 라듀르 마카롱 정말 너무 맛있더라.” “어차피 채하네 집은 매일 전용기로 페르에서 디저트를 실어 오잖아.” 안경남이 안경을 올리며 말했다. “우리에게 나눠주는 건 아무것도 아니지.” 그들은 이미 유채하가 매일 베이킹 주머니를 들고 나타나 활짝 웃으며 디저트를 나눠주는 것에, 유채하가 스스럼없이 블랙 카드를 건네는 것에 완벽하게 적응한 상태였다. 가끔은 그 블랙 카드로 부모님의 회사가 부당하게 인수되는 걸 막아도 유채하는 화낸 적이 없었다. 그때 마이바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멈추자 주변이 조용해졌다. 차 문이 열리자 리본녀가 웃으며 마중하는데 처음 보는 긴 다리가 차에서 불쑥 튀어나오자 그자리에 얼어붙었다. “강이현? 네가 왜 유씨 가문 차에서 내려?” 순간 주변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맨날 빚에 쫓겨 다닌다는 킹카 강이현 아니야?” 누군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왜 유씨 가문 차에서 내리는 거지?” 강이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허리를 숙여 차 문을 열자 유채하가 얇은 굽의 하이힐을 신고 바닥을 밟았다. 웨이브가 살짝 들어간 까만 머리와 빨간 입술, 맞춤 제작한 치마가 보여준 날카로운 핏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리본녀는 그런 유채하를 보고 잠깐 넋을 잃었다가 이내 달콤하게 웃었다. “채하야, 굿모닝.” 리본녀가 유채하에게 바짝 다가가며 물었다. “오늘은 뭐 가져왔어? 너 기다리느라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 유채하는 오늘 어마어마한 가격의 베이킹 주머니를 들지 않았다. 그저 눈꺼풀을 살짝 내린 채 리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빨간 입술을 열었다. “아침부터 비럭질이야?” 이 말에 현장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때 다른 슈퍼카 한 대가 옆에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임소율은 유채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한정판 악어 가방을 그쪽으로 던졌다. “채하야. 나 가방 좀. 화장 고치고 올게.” 가방의 체인을 잡은 유채하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가방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정확하게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미친 거야?” 임소율이 소리를 지르며 쓰레기통으로 달려갔다. “이거 한정판이라 전 세계에 세 점밖에 없단 말이야.” 유채하가 가볍게 웃었다. “쓰레기는 쓰레기에 걸맞은 취급을 해줘야지.” 임소율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아침부터 뭐 잘못 먹었어?” 반장이 용기 내어 유채하를 막아섰다. “채하야, 교복을 입으라는 학교 규정은 지켜야지...” 유채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반장을 지나쳤고 강이현이 그림자처럼 그 뒤를 묵묵히 따라갔다. 시스템이 다시 머릿속에서 찢어질 듯이 울렸다. [유채하 님, 이 캐릭터의 설정은 부드럽고 친절한 모범생입니다, 이러다가] “이러다가 뭐?” 유채하가 가볍게 웃었다. “나만 좋으면 되지.” 시끄럽던 교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학생들은 나약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부드럽기만 하던 유채하가 여왕이라도 된 듯 오만하게 교실로 들어오는 걸 뚫어져라 쳐다봤다. 학급 주임이 허리를 숙인 채 안으로 들어와 조심스럽게 서류를 하나 건넸다. “채하 양, 이 파일은 강이현을 A반으로 이동한다는 협의에요.” 유채하는 확인조차 하지 않고 파일을 강이현에게 던져줬다. “사인해.” 강이현은 아무 말 없이 볼펜을 받아 협의에 사인했다. 주변은 여전히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라움 아카데미의 반급은 철저히 출신으로만 나눴기에 A반은 상위 몇 퍼센티지의 재벌 후계자들로만 구성되었다. 따라서 담당하는 선생님들과 쏟아부은 자원도 최상급이었다. 다만 강이현은 어제까지만 해도 D반을 다니는 사회배려자 전형이었다. “그건 규칙에 맞지 않지.” 한 남학생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유채하가 눈꺼풀을 들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규칙?” 유채하는 이 말이 그저 우스웠다. “내가 바로 그 규칙인데?” “강이현. 저기 앉아.” 유채하가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그 자리는 A반에서도 제일 센터였는데 시야가 좋고 설비도 최신이라 아무나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강이현이 아무 말도 없이 그 자리로 가서 앉자 학생들이 쉬쉬거리기 시작했다. “유채하 미친 거 아니야? D반에서 올라온 사회 배려자 전형을 저기에 앉힌다고?” “뭐에 씐 거 아니야?” 유채하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빨간 입술을 열었다. “왜? 무슨 의견 있어?” 하지만 그 결정에 감히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다. 쉬는 시간, 학생회 사무실. “채하양, 이건 유씨 가문에서 교내 체육대회를 위한 협찬 협의서입니다.” 체육 선생님이 웃으며 파일을 올렸다. “요구하신 대로 육상팀 특훈 기회는 서현우에게 넘겼습니다.” 유채하가 느긋하게 명단을 넘기다가 글자 한 줄에 시선이 닿았다. [서현우, 남자 달리 100미터, 국제 청소년 트레이닝 캠프 추천 예정] 유채하의 두 번째 공략 목표는 구릿빛 피부를 가진 운동부 학생인데 전에 3개월을 쫓아다니며 잘해줬는데도 얼굴조차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놈이었다.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서현우를 도와주세요] 유채하가 입꼬리를 올리며 파일을 닫았다. “그 기회 다시 거둬요.” 체육 선생님이 넋을 잃었다. “하지만 전에는 분명...” 유채하가 날카롭게 쏟아보자 체육 선생님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시스템 알림은 다시 이상한 기계음으로 돌아갔다. [5초 이내에 수정하세요, 어길 시 전기 충격입니다] 유채하가 차갑게 웃으며 볼펜으로 서현우의 이름 옆에 엑스 표시를 그었다. “닥쳐.” 시스템 경보음이 뚝 멈췄다. 방과 후, 체육관. 체육관은 곳곳에 현수막이 높게 걸려 있었다. 서현우는 수건으로 짧게 자른 머리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구릿빛 피부와 탄탄한 근육이 조련의 난이도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았다. 육상팀 팀원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이렇게 말했다. “현우 형,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던 여자애 오늘은 왜 안 와? 원래는 이때쯤에 나타나서 에너지 드링크 주고 가야 맞는데?” 팀원들이 한참 비웃는데 유채하가 그쪽으로 걸어갔다. 등이 훤히 드러난 까만 원피스는 설계가 남달랐다. 유채하의 등장에 땀을 닦던 서현우가 동작을 멈추자 팀원들이 부추기기 시작했다. “왔다. 왔다.” “오늘은 착장도 바꿨는데? 너무 섹시하다.” 서현우가 수건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내 기회를 잘라낼 땐 언제고, 이렇게 찾아온 이유가 뭐야?” 서현우가 유채하를 아래위로 훑으며 말했다. “전에는 그래도 얌전한 척하지 않았나? 맨날...” 유채하가 펀드 협약 체결 포스터 앞에 서서 조항을 쭉 훑으며 이렇게 말했다. “서현우.” 유채하가 몸을 돌려 볼펜으로 서현우의 가슴을 쿡 찔렀다.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게 두 가지가 있어.” 그러더니 볼펜으로 서현우의 가슴 근육을 그으며 내려왔다. “첫째. 내가 하사하면 포상이야.” 볼펜을 복근까지 내린 유채하가 손에 힘을 주자 서현우가 숨을 참았다. “둘째, 지금은 네가 내게 청을 드는 거고.” 육상팀 팀원들이 이 광경을 숨죽이고 지켜봤다. 서현우는 자신을 도발했다는 이유로 상대를 병원에 입원시킨 적이 있는 어마어마한 캐릭터였지만 지금은 볼펜 하나에 꼼짝도 못 했다. 유채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기회 갖고 싶어?” “그걸 말이라고 해?” 유채하가 포스터 제일 위에 있는 사인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근데 어쩌지? 닿지 않는데.” 서현우는 팔짱을 끼고 선 채 콧방귀를 뀌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거야 당연히 나를 업고 올라가라는 거지.” 순간 표정이 일그러진 서현우가 몸을 돌렸다. “꿈 깨.” 유채하가 핸드폰을 열어 스피커폰으로 돌리자 안에서 교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채하 양, 서현우의 자격을 취소한다고 한건...” “X발.” 서현우가 핸드폰을 빼앗아 그대로 벽에 던지자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액정이 나갔다. “유채하, 너는 할 줄 아는 게 협박밖에 없지?” 유채하가 가방에서 다른 핸드폰을 꺼내 흔들었다. “계속해 보든지.” 그렇게 두 사람은 잠깐 대치했다. 화가 단단히 난 서현우는 이마에 핏줄이 툭 튀어나왔지만 별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 “이번 한 번이야.” 내키지 않아도 일단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며 바닥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유채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웃으며 발을 들어 하이힐로 어깨를 꾹 밟았다. “조금 더 숙여야지.” “X발. 적당히...”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장미향이 확 풍기더니 어깨에 무게가 실렸다. 서현우가 반사적으로 유채하의 허리를 부축하는데 그 촉감이 따듯하면서도 말캉해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갔고 구릿빛 뒷덜미가 서서히 빨개졌다. “떨지 마.” 유채하가 일부러 볼펜을 서현우의 귓불에 가져다 대고 비비며 나른하게 말했다. “우리 멍멍이 착하지.” 호흡이 흐트러진 서현우는 유채하의 허리에 살짝 대기만 했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가늘다.’ 어찌나 가는지 한 손으로 휘감으라 해도 가능할 것 같았다. 가만히 있어도 미칠 지경인데 유채하는 하이힐로 알게 모르게 자꾸만 비비적댔다. “사인했어. 이제 내려줘.” 유채하는 서현우의 머리를 톡톡 쳐도 아무 반응이 없자 허리에 올려진 손을 잡아 더 위로 올렸다. “서현우?” “젠장.” 서현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구시렁대더니 일부러 동작을 늦췄다. 그렇게 유채하가 완전히 어깨에서 내려오고 나서도 서현우는 남아있는 체온을 느끼며 아쉬워했다. 사인을 마친 유채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서현우는 빨개진 손바닥을 3초간 내려다보다가 발치에 놓인 페트병을 세게 걷어찼다. “젠장. 이게 뭐 하는 거야.”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