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화
사물함 문 위에 한 장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어젯밤, 배승호가 임소율의 허리를 감싸안던 장면이었다.
그리 좋지 않은 화질로 보아 누군가 몰래 핸드폰으로 찍은 게 분명했다.
사진 옆에는 붉은 유성펜으로 쓰인 글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양다리도 모자라 문어발 걸친 년.]
유채하가 코웃음 치며 문에서 사진을 뜯어냈다.
“유치하긴.”
그녀가 막 몸을 돌리려는 찰나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찔리니?”
뒤로 돌아보니 임소율이 몇몇 여학생과 함께 유채하의 뒤에 서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유채하가 태연히 사진을 찢어버렸다.
“어젯밤 레스토랑에서 쫓겨난 소율이었구나?”
낯을 잔뜩 찌푸린 임소율이 이내 차게 웃으며 대꾸했다.
“잘난 척 좀 하지 마, 유채하. 이제 전교생이 네가 선배님, 강이현, 서현우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거 알거든?”
그녀가 일부러 언성을 높였다.
“유씨 가문의 외동딸이라는 애가 사생활이 이렇게 문란해서야, 창피하지도 않니?”
유채하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냈다.
“여보세요, 교장 선생님? 저 채하예요.”
임소율이 순간 표정을 굳혔다.
유채하는 붉은 입술을 당겨 올리며 그런 임소율을 바라보았다.
“내년 아카데미 후원 건에 관련해서 제안할 게 있어서요.”
임소율이 순간 얼굴을 하얗게 물들였다.
“너...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통화를 마친 유채하가 임소율을 향해 웃으며 물었다.
“아카데미 학생 중 일부를 옆 학교와 교환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뭐?”
유채하의 웃음은 흡사 악마의 것 같았다.
임소율이 뒷걸음질 치며 사색이 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원래 라움 아카데미 출신이 아니었던 그녀는 집안 사정이 나아진 이후 교환 프로그램으로 편입해 온 학생이었다.
‘날 다시 원래 학교로 돌려보낸다고?’
“안 돼! 그건 권력으로 사람을 짓누르는 거잖아!”
유채하가 부드럽게 웃었다.
“맞아. 근데 그게 뭐가 어때서?”
앞으로 성큼 다가간 그녀가 임소율의 턱을 들어 올렸다.
“어젯밤, 넌 배승호의 이름을 빌려 날 짓누르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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