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유채하가 수건을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거실에서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왔다. 피아노를 치던 배승호는 유채하와 함께 들어온 강이현을 본 순간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채하야, 이분은 누구셔?”
“새로 들인 멍멍이.”
유채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방을 도우미에게 던져줬다.
안경을 벗은 배승호가 강이현을 아래위로 훑어봤다. 자리에 꼿꼿하게 선 강이현의 평온한 눈동자는 자세히 보면 어두운 불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곧이어 한쪽 무릎을 꿇은 강이현은 유채하의 발목을 잡고 긴 손가락으로 하이힐 끈을 풀며 부드럽고 가느다란 발목에 일부러 몇초간 머물러 있었다.
순간 배승호는 파티에서 유채하가 보였던 거리감이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되었다.
‘이런 것한테 마음이 홀린 거구나.’
“품족이 특이하네?”
배승호가 가볍게 웃었다.
“근데 너무 더럽다.”
강이현이 고개를 들고 얌전하게 웃었다.
“그래도 주인님이 좋아해 주시는 걸요.”
절망한 시스템이 어딘가 망가진 듯한 소리로 말했다.
[아악. 두 남자 주인공의 살기가 점점 높아지는 게 보입니다. 유채하 님, 어서 연약한 척하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타이르세요]
유채하는 시스템의 부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을 까딱했다.
“술 따라.”
강이현이 눈꺼풀을 축 늘어트린 채 테이블에 놓인 와인을 들어 올렸다. 몸을 숙인 순간 축축한 머리카락이 무심코 유채하의 쇄골을 스쳤다.
순간 배승호가 건반을 눌렀다.
혁명 행진곡의 격렬한 선율에 샹들리에마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배승호는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지만 손등은 핏줄이 튀어나왔고 마디가 창백했다.
이에 시스템이 덜덜 떨기 시작했다.
[유채하 님, 이 두 사람은 유채하 님이 공략해야 할 대상입니다. 어서 무섭다고 그만하라고 하세요]
“시끄러워.”
이 말에 두 남자가 동작을 멈췄다.
유채하가 강이현의 턱이 으스러지게 잡자 손톱이 얼굴을 파고 들어갔다. 그가 이를 꽉 깨물고 있다는 건 볼에 닿은 엄지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누가 손님을 욕보이라고 했어?”
이에 강이현은 눈동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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