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화
배승호의 개인 레스토랑은 도심 한가운데, 가장 높은 전망 타워의 꼭대기 층에 있었는데, 360도 전면 유리창 너머로 전체 도시의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유채하는 짙은 녹색 벨벳 드레스를 입고 의자에 느슨히 몸을 기댄 채, 손끝으로 크리스탈컵 가장자리를 가볍게 만졌다.
“배 대표 취향은 확실히 나쁘지 않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 벽에 걸린 값비싼 인상파 유화와 구석에 놓인 스타인웨이 그랜드 피아노를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너무 의도적인 것만 빼면.”
배승호는 슈트 단추를 풀며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금테 안경 뒤의 눈이 살짝 빛났다.
“의도적이라?”
그는 상체를 살짝 기울였다.
“레스토랑을 제일 높은 곳에 지어 놓고, 도시를 내려다보다니.”
유채하는 옅게 웃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게 그렇게 좋은가 봐요?”
이때, 웨이터가 조용히 애피타이저를 올려놓았다. 정교하게 장식된 접시 위엔 식용 금박이 은은히 빛났다.
배승호가 손짓했다.
“제일 좋은 걸 즐길 뿐이야. 이 트러플 푸아그라는 주방장의 시그니처 메뉴야. 널 위해 준비했지. 블랙 트러플은 이탈리아 알바에서 오늘 아침에 공수해 온 거야. ”
유채하는 은빛 나이프로 푸아그라를 천천히 잘랐다. 안쪽은 완벽한 연분홍빛이었다.
그녀는 우아하게 한입 맛본 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 입맛을 잘 아네?”
배승호는 와인잔을 들고 담담히 말했다.
“생각보다 더 잘 알지. 예를 들어, 셀러리는 싫어하고, 스테이크는 항상 미디엄 레어에, 커피는 설탕 없이 먹는다는 것도 알아.”
“조사 꽤 열심히 했네?”
유채하가 눈썹을 올렸다.
“관심 있는 사람을 지켜보는 게 조사인가?”
그는 천천히 와인을 마시며 대답했다.
지금 레스토랑 대형 스크린에서는 스포츠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전국 육상 선수권 대회 생중계가 진행되고 있었다.
트랙 위, 몸을 풀고 있는 서현우의 모습이 비쳤다. 햇볕에 그을린 피부는 건강한 빛을 띠고 있었고, 유난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전국 선수권 결승이네?”
유채하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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