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얼른 받아들이세요] 시스템이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유채하는 와인잔을 가볍게 들어 올려 한 모금 머금은 뒤,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서현우는 딸꾹질하며 말을 이어 가려 했다. “나는...” 그의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는 결국 앞으로 넘어지더니 유채하의 무릎에 얼굴을 박고 잠 들었다. 이에 집사가 급히 다가와서 말했다. “아가씨, 서현우 씨가 취했습니다.” 유채하는 피식 웃더니 손가락으로 그의 붉게 달아오른 뺨을 톡톡 건드렸다. “술도 못 마시면서 고백은 무슨 고백이래?” [왜 안 받아주셨습니까? 분명 호감도를 크게 올릴 기회였는데요] 시스템이 불만을 터뜨렸다. “뭘 그렇게 급해 해?” 유채하가 속으로 대꾸했다. “한 명 받아주면 나머지 둘은 어쩌라고?” 순간 시스템이 말을 잃었다. [우선 비밀 연애하시면 되잖아요. 공략 수치만 다 채우면...] “그다음엔 뭐? 앞의 99명 도전자들처럼 나도 임무가 끝났다고 없애버릴 거야?” 유채하가 비웃으며 말하자 시스템은 답하지 못했다. 이에 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요즘 너, 참 다급하네. 내가 뭐라도 눈치챌까 봐 그런 거지?” [오해입니다. 시스템은 단지...] “됐어.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 그녀는 속으로 단칼에 잘라냈다. “쓸데없이 떠들면 그냥 셋 다 차버릴 거야. 그러면 너도 끝장이지.”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객실 하나 치워. 오늘 밤은 여기서 자게 해.” 집사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아가씨, 서현우 씨는 남자입니다. 이래도... 괜찮을까요?” “왜 안 괜찮아?” 유채하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설마 술에 취한 애더러 자전거 타고 돌아가라는 거야? 우리 유씨 가문이 언제부터 그렇게 옹졸했어?” 집사는 서둘러 고용인들에게 방을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잠시 후, 남자 고용인 둘이 조심스럽게 서현우를 부축하고 집사를 따라 올라갔다. “채하야, 난 진심이야. 좋아해. 정말... 많이 좋아해...” 서현우는 의식이 흐릿한 상태에서도 그렇게 중얼거렸다. 유채하는 제자리에서 그 광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