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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육씨 가문은 최고의 재벌 가문이었기에 임유라는 육씨 가문에 이사 왔을 때부터 수많은 유언비어를 들어왔다. 그녀는 은선희에게 직접 물어 어머니가 육시훈 부모님의 감정에 끼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말을 육시훈에게 전해줘도 그는 믿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육상철이 직접 이 점을 인정하고 진실을 말하도록 시험 삼아 유도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말해요.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고...” 육상철은 깊은 한숨을 쉬며 눈가를 문지르더니 그 오래된 이야기를 그녀에게 낱낱이 들려주었다. “그때 나와 네 어머니는 서로 진심으로 사랑했고 결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가문의 격차가 너무 커서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됐지.” “네 어머니가 결혼한 후 나는 평생 혼자 살 생각이었는데 가족들의 강요로 맞선을 보게 됐어. 결국 시훈의 엄마와 계약을 맺고 10년간 가짜 결혼한 뒤 이혼하기로 했어. 그런데 결혼 후 그 여자가 계약을 파기하려 했고, 심지어 나에게 약을 타서 시훈을 갖게 됐다.” “10년 약속이 끝나자 나는 이혼을 결정했지만 그 여자는 시훈을 핑계로 물러서지 않았어. 그래서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어.” “2년 후 네 어머니와 다시 만났을 때 오랫동안 과부로 지냈다는 걸 알고 다시 사랑하게 됐어. 그렇게 지금의 가족이 만들어진 거야. 시훈의 엄마는 끝까지 소란을 피웠고 우리의 결혼 소식을 듣고 자살했어. 나와 네 어머니는 죽은 자의 안식을 위해 이런 소문들을 일부러 바로잡지 않았는데 어쩌다 이렇게까지 너희들 귀에 들어갔는지 정말 어이없구나.” 육상철이 격앙된 모습을 보이는 동안 임유라는 녹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직접 그 계약서를 보고 싶다고 했다. 육상철도 거리낌 없이 가져다주었다. “이건 시훈에게 말하기 어려운 일이야. 수년간 시훈은 어머니의 죽음을 마음에 품고 살아왔어. 너와 시훈은 동갑이니 이걸 직접 전해주거라.” 육상철이 계약서를 건네며 말하자 임유라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녹음 파일을 USB에 저장하고 계약서와 함께 선물 상자에 넣었다. 리본을 묶으려는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방 안을 둘러보던 육시훈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유라야, 방이 왜 이렇게 텅 비어 있어? 내가 준 것들은 다 어디 갔어?” 임유라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싫증 나서 버렸어.” 그는 더 묻지 않고 대신 손에 든 선물 상자를 건넸다. 열어보니 화려한 드레스가 들어있었다. “유라야, 내일이 내 생일이야. 이날 우리 관계를 공개하려고 하는데 이 드레스를 입고 나와줄래?” 그의 간절한 눈빛을 본 임유라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그래, 좋아.” 그의 눈가에 번진 미소가 더욱 깊어지며 그녀에게 키스하려 몸을 숙였다. 임유라는 서둘러 손에 들고 있던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그는 조금 의아한 눈빛으로 눈살을 찌푸리고 상자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생일 선물이야?” 임유라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무덤덤한 목소리로 그렇다고 대답하고는 그가 상자를 뜯으려 하자 급히 말렸다. “내일 열어봐.”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 왜 오늘 줬어?” 임유라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일 오빠한테 선물 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 선물을 받을 새가 없을까 봐 미리 주는 거야.” 육시훈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너는 오빠 마음속에서 항상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임유라도 웃었지만 그 미소는 눈까지 미치지 못했다. 그렇다. 그녀는 정말로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그가 가장 증오하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가 내일 이 선물을 뜯어보고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면 오빠, 꼭 기억해야 해. 파티가 시작하는 첫 번째 순간에 바로 내 선물을 뜯어봐야 해.” 성관계 영상을 틀기 전 1, 2초 정도 선물을 뜯어보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육시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좋아, 오빠가 꼭 제일 먼저 뜯어볼게.” 다음 날, 임유라는 일찍 일어났다.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육시훈은 이미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 드레스를 입지 않은 것을 보고 그는 다시 한번 웃으며 말했다. “생일 파티는 12시 정시에 시작해. 오빠는 먼저 가 있을게. 유라야, 늦지 말고 와. 기다릴게.” ‘너의 생일 파티엔 가지 않을 거야. 오늘의 주인공은 너 하나면 충분하니까.’ 임유라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그에게 답했다. 그의 차가 멀어지자마자 곧이어 육상철과 은선희가 짐을 들고 내려왔다. 그녀는 휠체어를 밀며 순순히 그들 뒤를 따라 차에 올랐다. 공항에 도착하자 부부는 그녀에게 줄곧 잔소리를 이어갔고 탑승 시간이 다 되어서야 은선희가 허겁지겁 그 약혼자라는 남자의 연락처를 건넸다. “유라야, 엄마는 같이 못 가겠어. 이건 준표 오빠 번호야. 도착하면 바로 연락해. 알겠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넣었고는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륙 전, 그녀는 창밖을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며 육시훈에게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낸 후, 그가 이 메시지를 보고 얼마나 충격에 빠질지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모든 연락처를 차단하고 나서 휴대폰의 전원을 껐다. 이제부터 임유라의 세상에서 육시훈이란 이름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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