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그 후 이틀 동안 육시훈은 매일 외출했다가 돌아와서는 임유라의 침실에 선물을 가득 쌓아 놓았다. 마치 사과라도 하듯이 말이다.
그녀는 산더미처럼 쌓인 선물 상자들을 바라보았지만 마음속에 아무런 감정도 일지 않았다.
상처가 조금 아물 무렵, 은선희가 와서 그녀의 짐을 정리해 주었다. 임유라는 박스 하나를 꺼내 육시훈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모아봤다.
침대 밑에 있던 콘돔 한 상자, 몰래 사둔 커플 팔찌, 함께 찍은 사진들... 그리고 뜯지도 않은 선물들까지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정리를 마친 임유라는 휴대폰을 꺼내 내일 출발하는 항공권을 예약했다.
결제를 완료하자마자 육시훈이 보낸 메시지가 떴다.
바 주소 하나였는데 3초 후 메시지가 삭제되었다.
[유라야, 오빠가 잘못 보냈어.]
그러나 임유라의 직감은 분명 자신과 관련이 있는 일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내일이 육시훈의 생일이기 때문에 그는 최근에 자주 외출했고, 이전처럼 그녀 앞에서 애정을 과시하는 척하지도 않았다.
그녀를 장애인으로 만들었던 복수극이 또다시 벌어질까 두려워 그녀는 휠체어를 밀며 몰래 그 바에 갔다.
위아래층을 몇 바퀴나 뒤진 끝에 그녀는 드디어 318호 룸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시훈아, 정말로 내일 생일 파티에서 너와 임유라가 잔 영상을 공개할 거야? 네 친척이 전부 참석할 텐데? 네 아빠와 엄마가 보면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거 아니야?”
“네가 뭘 알아. 원하는 게 바로 그거야! 방금 봤는데 영상이 너무 화끈해. 시훈을 기쁘게 해주려고 72가지 자세를 전부 다 해봤잖아. 무용수라 그런지 유연성이 정말 좋네!”
왁자지껄한 소리 속에서 육시훈의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년이 내 밑에 누워 추잡하게 구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줘야 해. 그때가 되면 내가 약을 타고 유혹했다고 하면 돼. 쟤 엄마가 첩이니 이년도 걸레 같은 거지. 유전자가 바뀌겠어? 평소에 딸 자랑하더니 이렇게 키운 딸을 보면 내 집에 얼굴 들이밀 엄두도 못 내겠지.”
한순간 방 안이 함성으로 가득 찼다.
“와, 일거양득이야. 시훈아, 이거 진짜 기발한 아이디어인데.”
“그러니까 말이야.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해. 저 장면 생각만 해도 짜릿해!”
웃음소리가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아무도 밖에 서 있는 임유라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의 계획을 한마디도 빠짐없이 들은 그녀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렸고, 온몸이 얼음처럼 식어버렸다.
그녀는 예전에 육시훈이 영상 찍을 때 달래주던 다정한 모습을 떠올렸다.
보고 싶을 때만 몰래 볼 거라고 속삭이던 그의 애틋한 눈빛이 생각나자 온몸이 멈출 수 없이 떨렸다.
‘육시훈, 영상까지 전부 계획된 거였구나. 나를 이렇게까지 증오하다니...'
휠체어를 조용히 밀고 집에 돌아온 임유라는 방에서 혼자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지 몰랐다.
날이 저물 무렵이 되어서야 그녀는 스스로 육상철을 찾아갔다.
그는 그날에서야 임유라가 해외 치료를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진심 어린 충고를 잔뜩 해주었다.
임유라는 조용히 모두 듣고는 마지막으로 깊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자신의 진짜 목적을 털어놓았다.
“아저씨, 이렇게 오랫동안 저와 엄마를 보살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 떠나면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엄마는 부디 아저씨께 잘 부탁할게요. 두 분 사이가 좋으시다는 걸 알지만 엄마는 원래 마음속으로만 말을 삼키는 성격이라 첩이라는 말 같은 악담을 들으면 오랫동안 상처받으세요. 부디 많이 위로해 주셨으면 해요.”
육상철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분노와 당혹감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네 엄마를 첩이라고 해? 어디서 들은 얘기야?”